[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는 진작부터 내년에 전기·가스 요금을 추가로 인상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왔다. 요금 인상 신호는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에너지 관련부처 고위 관료들의 입을 통해 수차례 발신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안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방침을 공개할 것이라 예고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엔 전기·가스 요금을 상당폭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며 구체적인 인상 시기나 폭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음을 전했다. 그는 “수일 내”에 결정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발언 시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해를 넘기기 전에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 계획을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초미의 관심사는 언제, 얼마나 올릴 지이다. 시기와 관련, 추 부총리는 약간의 시사점을 남겼다. 가스 요금은 동절기에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1분기 이후 인상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시기가 미뤄지는 대신 가격 상승은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내년 인상폭이 올해보다 가파를 것으로 예고한 점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전기요금은 내년 1분기 중 인상이 확실시된다. 추 부총리가 “조만간 내년 1분기에 요금을 얼마나 올릴지 발표할 것”이라 언급한 점이 그런 전망의 근거다.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추 부총리는 연간 인상폭을 미리 정해둘지, 분기별로 상황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법을 택할지는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자면, 조만간 있을 발표 내용엔 일단 1분기 전기요금 인상 시점과 인상폭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후의 전기·가스 요금 인상 내용은 연간 목표를 밝히는 방식이거나 분기별 발표를 통해 그때그때 밝히는 방식 중 하나를 통해 공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괄 인상이냐 단계적 인상이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연간 인상폭일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도 이 부분을 두고 특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기요금의 경우 산업부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에 제출한 한국전력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필요한 인상폭이 제시돼 있다. 일방의 분석 내용이긴 하지만 이 문건에 의하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이다.

올해 전기요금이 4, 7, 10월 세 차례에 걸쳐 도합 kWh당 19.3원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결론은 올해 인상분의 2.7배 정도를 내년에 더 올려야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률은 약 20%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올해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적자는 올해 말이면 34조원으로 늘어난다는 게 정부와 한전 측 계산이다. 이런 계산을 토대로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과 긴축경영 노력을 병행해 2024년 한전 경영의 흑자 전환, 2025~2026년 누적 적자 해소, 2027년 경영 정상화 등을 달성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역시 적자에 시달리는 가스공사의 경우 미수금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어 있다. 미수금이란 가스 판매 단가가 연료 매입 단가보다 낮아 발생하는 가스공사의 손실을 의미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올해 말이면 9조원을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수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것이 가스공사의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앞서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내년에 가스요금을 메가줄(MJ:가스열량 단위)당 8.4~10.4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 산중위에 전했다. 올해에만 이미 네 차례(4, 5, 7, 10월)나 인상된 가스요금의 합이 5.47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요금을 최대 두 배 가까이 더 올려야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가스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미수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미수금 규모는 올 연말엔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내년 가스요금 인상폭이 8.4원이면 2027년부터, 10.4원이면 2026년부터 누적 미수금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점과 인상폭은 정부 결정에 따라 조정되겠지만 이들 요금의 대폭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세계적 경기동향에 따른 에너지 요금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요구되는 인상폭 등에 변화가 나타날 여지는 남아 있다.

에너지 요금 인상의 기정사실화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2%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향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 공공요금(응답 비중 67.3%)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그 같은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전기·가스 요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