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주식 투자자 등 전세계 시장 참여자들은 올 한 해 동안 닐 카시카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의 입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는 해가 바뀜과 동시에 재구성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새 멤버로 참여하는 인물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논의기구인 FOMC는 12명의 투표권 행사 위원으로 구성된다. 구성 원칙은 연준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이사 7인과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 총재 1명 등 8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11개 연은 총재 중 4명이 매년 순차적으로 가담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인 카시카리 위원은 올해 시카고·필라델피아·댈라스 연은 총재와 함께 FOMC의 12인 멤버로 참여한다. 시카고·필라델피아·댈라스 연은 총재직은 차례로 찰스 에반스, 패트릭 하커, 로리 K. 로건 위원이 맡고 있다.

이들 4인은 지난 해 FOMC 12인 위원으로 활동했던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클리블랜드 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캔자스시티 연은의 에스더 조지,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를 대신에 올 한 해 통화정책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AP/연합뉴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은 연준의 관리를 받는 12개 연은 체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연은은 12개로 나뉜 미국 내 각 지구에서 발권 등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한다. 12개 연은 중에서도 뉴욕연은은 재무부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해당 은행 총재는 FOMC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특권을 누린다.

종합하면, 연준은 총 19명의 위원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중 12명만이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연준이 분기별로 공개하는 점도표에 연도마다 19개의 점이 찍히는 것은 위원 전원이 도표 작성에 참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간혹 18개의 점이 찍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1명이 도표 작성에 불참했음을 의미한다.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들은 1년에 8차례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 참여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FOMC 회의를 주도하는 7인의 연준 이사(의장 포함)는 대통령 지명을 거쳐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인준 뒤엔 각각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올해 각별한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새로 구성된 FOMC 내부에서 매파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가 지난해 12인 멤버로 활동하며 매파적 발언을 일삼았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총재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해 시작과 함께 투표권을 반납한 불러드 총재는 지난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7% 수준까지 올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매파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인물이다. 그의 강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뉴욕증시를 포함한 세계 주식시장은 불안감을 드러내며 흔들리곤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카시카리 총재가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최근 온라인에 올린 글을 통해 올해 상반기 안에 연준 기준금리가 5.4%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전망을 제시한 일이었다. 4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바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증거들이 나오지만 확신하긴 이르다”면서 “연준이 향후 몇 차례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가 4.25~4.50%임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고금리 상태를 장기간 이어갈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5.4%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는 2% 목표로 수렴되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느껴질 때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보다 훨씬 강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물가 목표(2%)가 너무 낮게 잡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연준은 2%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벗(금리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언제일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번에 카시카리 총재는 2% 달성 때까지 기준금리를 5%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시장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매파 성향을 드러내긴 했지만 카시카리 총재가 과연 매파인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는 2016년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로 부임한 이후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유지해온 인물이다. 다만, 최근 그가 공개한 글의 내용은 상당히 매파적이어서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새로 구성된 12인 멤버에 그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매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향후 그의 공개 발언이 각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은 FOMC 회의를 전후해 2주 정도로 설정된 ‘블랙아웃’ 기간을 제외하고는 인터뷰나 강연 등을 통해 자유롭게 통화정책에 대한 개인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엔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제롬 파월 의장 못지않게 언론의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역할을 카시카리 총재가 대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당분간은 시장 전체가 숨죽이며 그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1973년생 오하이오 출신으로 일리노이대학의 기계공학 학사·석사 과정을 거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직 부임 이전엔 골드만삭스 부사장, 미 재무부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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