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또 올렸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결정한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였고, 인상 후 기준금리는 3.50%가 됐다. 경제난 예고 속에 막 새 해를 맞은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일이 한은으로서도 기껍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둔화 기미를 보이는 경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지표상으로는 아직 견뎌낼 만 하다지만 이미 고금리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또 올릴 수밖에 없었을 만큼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 같다. 고물가도 문제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는 점 또한 큰 골칫거리였을 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날 한은 금통위가 열리기 직전까지 기준금리 상단을 우리보다 1.25%포인트나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이 그 정도만큼 더 높게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건만 현실은 이미 비정상적으로 왜곡돼 있었다. 한은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한·미 간 금리역전을 알면서도 허용해야 했다. 무리하게 금리 역전을 해소하려 들다가는 우리 경제 전반에 감당 못할 부담이 가해지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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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만으로도 고금리 고통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서민 가계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금융권 대출로 위기 상황을 견뎌온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 다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이들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까지 7번 연속 이어지는 이례적 상황 속에서 가장 크게 고통 받은 부류에 해당한다. 더구나 이게 기준금리 인상의 끝이라는 보장도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연준이 현재 4.25~4.50%인 금리 수준을 조만간 5%대 초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 전망한다. 연준 기준금리 5%대가 실현되면 한은도 지금보다 높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 연준은 이달 31일~2월 1일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한은이 감내할 수 있는 양국 간 금리차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섣불리 단언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50%포인트가 한계일 것이란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환율 및 주가 흐름 등을 되돌아볼 때 과연 그럴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진단이 맞다 할지라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5%선을 넘어서면 한은도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인상을 결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야만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를 간신히 유지하게 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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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가 3.75%로 올라가면 제1 금융권의 대출금리가 10%를 넘보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 비용이 그처럼 올라가는 상황을 우리 경제 주체들이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고물가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금리까지 더 올라가면 경제활동은 심각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이 동반 부진에 빠지며 경기가 둔화 차원을 넘어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지속될 것임을 고려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는 곧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우리 경제가 올해 1.7%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는 등 부진해진 점이 성장률 전망치를 급격히 낮추게 했을 것이다.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하고 긴 연준의 긴축 기조,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은 통화정책의 한계 등도 자리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기준금리의 상승 흐름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고통을 적절히 관리해가며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고통 관리의 최선책은 적절한 분담일 수밖에 없다. 솔선해서 그 중심에 자리해야 하는 곳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이다.

지난해 그들이 거둔 역대급 실적이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을 악용한 결과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국민이 십시일반으로 공적자금을 마련해 지원에 나섰던 것을 상기하면 고통 분담을 자처하는 게 당연한 처사다. 그 출발점이자 최소한의 행동은 고금리를 틈타 예대마진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더 이상 내보이지 않는 일이다. 상황이 비상한 만큼 금융 당국 또한 소매금리의 변동 추이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는 등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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