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최진우 기자] 대출이나 전세보증금 등 채무가 딸려 있는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얻을 절세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담부증여시 적용하는 주택 취득가액을 기준시가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한 것이 원인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방향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부담부증여는 채무와 함께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를테면 근저당이 설정된 대출이나 전세가 끼여 있는 집을 자녀 등에게 그대로 증여하는 행위 등이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채무가 딸린 재산을 증여할 때는 순수 증여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채무를 넘긴데 대해서는 양도세가 각각 부과된다. A라는 사람이 3억원의 은행 담보가 있는 10억짜리 주택을 아들 B에게 물려줄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 경우 B에게로 간 순수 증여분은 7억원이므로 B는 세무당국으로부터 그 금액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받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게 다가 아니다. 나머지 3억원에 대해서도 세금은 여지없이 부과된다. 사실상 A가 B에게 채무를 떠넘김으로써 그만큼의 양도소득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사례가 현실 속에서 발생한다면 A(증여자)는 3억원에 대한 양도세를, B(수증자: 증여받은 이)는 7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받게 된다.

현행 세법이 이처럼 복잡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이유는 편법적인 세금 회피를 막으려는데 있다. 주요 타깃은 부담부증여를 통한 증여세의 편법 절세 또는 회피다.

그런데 앞으로는 부담부증여 시 적용하는 주택 취득가액을 기준시가로 일원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증여자의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양도소득세 부과를 위한 양도차익(자산-취득가액) 계산 때 취득가액을 기준시가로 잡으면 자연스레 결과 값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령 A가 과거에 2억원(기준시가 1억6000만원: 80% 가정)을 주고 산 주택의 시가가 3억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또 이 집에 현재 보증금 3억원에 전세 세입자가 들어가 있다고 치자. A가 이 집을 딸 C에게 물려준다면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다음과 같이 세금이 부과된다.

우선 C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따져보면, ‘집값 3억-전세보증금 3억=0’이므로 내야할 세금도 제로가 된다. C로서는 3억원 짜리 집을 부채 3억과 함께 떠안았으므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양도세를 피할 수는 없다. A가 부채를 딸에게 떠넘김으로써 사실상 양도소득을 얻었다는 게 과세 당국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도세 부과 대상인 양도차익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커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현행 법령대로라면 위의 경우 양도차익은 ‘현재 집값 3억-취득가액 2억=1억원’이 된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여기에 적용되는 취득가액은 2억이 아닌 1억6000만원으로 바뀐다. 그 결과 양도차익도 1억이 아닌 1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A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액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출을 낀 상태로 주택을 증여할 때도 위의 원리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D가 6억원을 대출받아 10억원(기준시가 8억원)에 집을 산 뒤 4억원에 전세를 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D가 지금도 시가 10억원인 이 집을 아들 E에게 물려주려 한다고 치자. 이 때 E는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대출과 전세보증금 액수의 합이 현재 집값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 이후엔 양도차익(양도가액-취득가액) 2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양도세를 D에게 물리게 된다. 취득가액을 기준시가로 일원화하기로 한 데 따른 변화다.

정부는 개정된 시행령을 다음 달 말 경 공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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