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부터는 누구나 웬만한 시설의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0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조정 1단계 시행조치를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이 조치는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에 따른 피로감과 유아들의 언어 발달 제약 등 뜻하지 않게 나타난 부작용을 두루 감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경제 상황도 이번 결정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그 기저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가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현저히 낮아져가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설 명절 고비 이후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일부 해제해도 감염병 관리에 큰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방역당국의 자신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앞서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의 평가지표로 네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 넷은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의 전주 대비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한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고령자와 취약시설 거주자들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 각 50%와 60% 등이었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1단계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이었다. 한덕수 총리는 이와 관련, 조정지표 네 가지 중 환자발생 안정화, 위증증·사망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유지 등의 세 가지가 충족됐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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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나 요양병원, 의료기관. 장애인복지시설, 약국 등 특별한 곳을 제외하고는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의무가 해제된다.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곳들은 △다수가 이용하거나 △환기가 어려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 조성되는 곳 △감염 취약자들이 이용하는 곳 등등이다.

특히 시민 각자가 거의 매일 이용해야 하는 대중교통은 위의 특징들을 복수로 지닌 곳인 만큼 당연히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 만큼 여전히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규칙 준수가 필요한 곳으로 남아있음을 유념해야 하겠다.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구체적 대중교통 수단에는 버스와 지하철, 기타 철도, 택시, 항공기, 여객선 등이 망라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는 30일부터는 대다수 시설에서 실내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일도 사라진다. 마스크 착용 강제성이 사라지고 단지 권고만 남는데 따른 결과다.

비록 1단계이긴 하지만 이번 일로 우리의 일상에는 또 한 번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의외의 감염병 사태로 우리의 생활 전반이 획기적으로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 또한 돌발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해방감의 과도한 분출로 감염병이 이전처럼 재확산하는 일이다. 특히 우려되는 곳이 마스크 착용의무에서 벗어난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 등이다. 이들 시설에서도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바뀐다. 이들 시설은 교육이라는 운영 목적상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가 더욱 절실했던 곳이긴 하지만, 특성상 3밀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든 곳이라는 특징을 동시에 지닌다. 이 점에서 감염병 집단 발병 가능성이 여전히 큰 장소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시설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예방관리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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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조정에 담긴 의미를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여나 이번 조치에 담긴 메시지를 ‘마스크의 효력이 없다’ 또는 ‘새 변이엔 마스크가 통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함께 유념할 점은 코로나19가 독감과 달리 여전히 국가가 치료 및 예방 비용을 부담하는 감염병 2등급 질환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치명률만 놓고 보더라도 코로나19는 계절독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19의 경우 치명률이 0.1%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 수(약 3000만명) 대비 누적 사망자 수(약 3만3000명)를 토대로 대략 산출한 수치가 그 정도다. 최근의 코로나19 주간 치명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0.01~0.0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 계절독감의 치명률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노인과 병약자 등 감염병 취약자들에 초점을 맞춰 감염병 관리의 집중도를 높일 때 성공적 결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변화가 가져다줄 변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기본에 해당할 것이다.

개개인의 노력도 더욱 필요해졌다. 이번 조치에 담긴 의미 중 하나가 방역 업무의 중심이 정부에서 개개인으로 일정 부분 옮겨갔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염 현황이 갑자기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다는 것은 각 개인이 조심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해답은 적극적 백신 접종과 3밀 환경에서의 자발적 마스크 착용, 손 씻기와 환기의 생활화, 감염시 자가격리 7일 준수 등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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