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은행들의 집단이기주의 행각이 도를 넘어도 한창 넘어섰다. 국민 대부분이 고물가에 고금리로 허리가 휘어질 지경인데 은행들은 그런 현실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약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손쉬운 이자장사로 배를 불리는 것도 밉살스러운데, 이젠 영업시간 단축 혜택까지 마냥 누리겠다고 뻗대고 나오니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요즘 은행들은 고금리로 인한 수익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에 거둔 역대급 실적 덕분에 주요 시중은행 직원들은 기본급의 300~400%에 이르는 성과급을 받게 됐다. 은행들은 2021년 실적을 바탕삼아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었다. 모두가 고금리 시대를 맞아 예대마진을 키워 이자장사를 ‘세게’ 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합은 40조6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6조9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은행들이 최근 1~2년 사이 특별히 선진 영업기법을 도입한 흔적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고금리 시대를 틈타 서민들에게서 이자 수익을 혹독하게 거둬들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즐기는 동안 금융소비자들은 은행들의 즐거움 크기만큼의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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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를 맞아 서민들의 은행 빚 부담이 커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을 이용해 오히려 이익을 더 늘리는 행태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더 기가 막히는 일은 은행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조차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독과점 분야라는 점을 인지해서인지 소비자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쯤 됐으면 표정관리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없다는 얘기다.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고객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풍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틈타 줄인 점포 영업시간을 방역규제가 사실상 해제된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점포 영업시간을 전후 30분씩 줄여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 근무를 시작한 때는 2021년 7월 12일이었다. 명분은 전사회적 방역 강화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것이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단축 영업은 그해 10월 전국 단위로 확대된 뒤 지금에 이르렀다.

사실 은행점포는 음식물을 먹는 장소인 식당이나 카페와 달리 직원이나 내방객이 시종 마스크를 낀 채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굳이 영업시간을 단축할 필요성이 식당·카페 등에 비해 크지 않은 곳이었다. 1시간 영업 단축이 가져다 줄 효과도 의문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방역 동참을 명분 삼아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용단 아닌 용단’을 내렸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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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염치는 있었던지 당시 은행들은 노사 합의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만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의 교섭에서는 영업시간 변경 등의 문제를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추가로 이뤄졌다. 이후 방역 규제가 크게 완화됐지만 은행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래왔다는 듯 단축영업을 지속해왔다.

심지어 금융노조의 경우 보건 당국이 이달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사실상 해제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축영업을 이어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사용자 측이 실내 마스크 권고 시점에 맞춰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려 하자 그마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것을 의식한 탓인지 노조는 마감시간을 오후 4시로 원상복구하되 영업시작 시간은 오전 9시30분을 유지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방역 규제가 사실상 해제됐지만 30분이라도 영업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은행 노조원들의 편익 증대다. 문제는 그들이 편해지는 만큼 고객은 불편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소비자들 사이에선 은행 창구 업무를 보기 위해 연차 휴가를 써야 한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의 주장은 고객의 불편은 아랑곳없이 은행원들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심보가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갑질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안 그래도 불어난 은행 빚 부담에 신음하는 금융소비자들로서는 노골적 서비스 개선 거부에 또 한 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고객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측량할 심산이 아니라면 은행권 사용자 측부터 단호한 행동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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