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지난해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일제히 증가했다. ‘트리플 증가’는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현저히 부진해지는 모습을 보여 이제부터 둔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12월 전(全)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6%나 감소한 것이 우려를 키워준다. 12월 산업생산 감소폭은 32개월 만의 최대치다.

작년 12월엔 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7.1%, 이미 건설된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9.5% 줄어들었다. 다만 소비가 전월보다 1.4% 늘었지만 그마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진데 따른 의류 판매 증가와 대규모 할인행사에 의해 기획된 화장품 판매 촉진 등이 소비의 반짝 상승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16.4(2015년 = 100)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지수 상승률은 3.3%였다. 업종별로는 광공업 생산이 1.4%, 서비스업 생산이 4.8% 늘어났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10.6%)와 자동차(9.8%)가,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업(19.2%)과 예술·스포츠·여가업(27.0%), 운수창고업(8.6%) 등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진 = 연합뉴스]

눈여겨 볼 점은 지난해 산업생산이 뚜렷이 상고하저 양상을 띠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월별 산업생산은 1, 2월에 연속 -0.3%를 기록했다가 3월 들어 1.6%의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냈고, 4월에 다시 -0.9%로 부진했지만 5월과 6월에 잇따라 0.7와 0.8%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가 시작된 이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0.2%→-0.1%→-0.4%→-1.5%)을 이어갔고, 11월에 소폭 상승(0.4%)하더니 12월엔 2020년 4월(-1.8%) 이후 가장 큰 폭(-1.6%)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띠었다.

지난해 산업생산의 하반기 부진 양상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광공업 생산은 11월(0.6%) 한 달을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12월까지 네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월의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 증감률은 각각 -2.9%, -0.2%였다. 서비스업 생산의 4개월 연속 감소는 2010년 6~9월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글로벌 경기 악화와 모바일 수요 감소 등이 12월 광공업 생산 저하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생산 감소의 원인으로는 고물가·고금리에 의한 구매력 위축이 지목됐다.

김 심의관은 “12월에 소매판매가 증가(1.4%)했지만 전산업생산과 건설, 설비투자가 감소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연간으로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설비투자·건설 등이 증가했지만 부문별로 보면 증가폭이 둔화하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현재 경기상황을 말해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9포인트 하락한 100.9를 기록했다. 하락폭은 2020년 4월(-1.2포인트)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하락은 두 달째 이어졌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자료인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내려간 98.5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작년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상의 자료들은 국내경제가 점차 둔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산업생산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의 악영향 탓에 나타났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세가 크게 약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부진에 따른 반등효과로 2021년 산업생산은 4.9%의 증가율을 기록했었다. 증가율은 지난해 3.3%로 더 떨어졌다.

경기지수의 동반하락세 역시 경기 둔화 본격화 조짐을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김보경 통계청 심의관은 동행지수 2개월 연속 하락과 관련해 “아직 경기국면 전환을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하반기 산업생산 부진이 화물연대 사태와 이태원 사고 등 일시적 악재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긴축 기조 지속에 의한 고금리와 쉽게 꺾이지 않는 고물가, 글로벌 공급망 혼란 지속 등으로 12월 반짝 상승한 소비마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경기 위축과 수출 부진 등은 우리 경제를 당분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7%에 머물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3개월 전에 제시했던 전망치보다 0.3%포인트나 낮아졌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7월 2.9%에서 2.1%로, 10월에는 2.1%에서 2.0%로 낮춘 바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 더 낮아진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도 기존의 2.7%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반면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7%에서 2.9%로 상향조정했다. 새로 제시된 내년의 세계 성장률은 3.1%였다. IMF는 미국의 경우 올해 1.4%, 내년 1.0%, 중국은 올해 5.2%, 내년 4.5%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이코노미스트는 IMF 공식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세계경제는 내년 반등을 앞두고 올해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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