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만 올렸다. 제롬 파월 의장은 물가오름세(인플레)가 완화된 사실을 8번의 연속 금리인상 와중에 이날 처음 인정했지만 '고지가 바로 저기라면서' 소폭이라도 인상 행진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3월 중순까지 0~0.25%였던 미 기준금리는 0.7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 4차례나 밟은 ‘광분(狂奔) 끝에 이제 4.50~4.75%에 달하게 되었다. 파월 의장과 연준이 하염없이 오르려고 하는 험준한 미국 인플레 산의 ’고(高)지‘ 목표점은 2%의 저(低)지대다. 이때 2%는 미 노동부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상승률이 아니라 상무부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연 상승률이다. 미 CPI 인플레는 지난해 6월 9.1% 정점에서 6개월 계속 내려와 12월 6.5% 선에 닿아있다.

연준이 더 주시하는 PCE 인플레 역시 6월에 6.8%의 정점서 반전해 12월 5% 선까지 내려왔다. 연준 목표점 2% ‘저지’까지는 한참 더 내리막길을 타야 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이 3월 말과 5월 초로 잡힌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서 0.25%포인트를 두 차례 더 올리면 미 기준금리는 5.0~5.25%에 닿는다. 1일 소폭의 추가 스텝을 밟기 전 금리도 이미 금융위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연준 기준금리는 신용카드 이자, 저축예금 이자를 위시해서 일반대출 이자, 주택담보할부 이자 등을 결정하는 기준점 노릇을 한다. 기준금리 4.25~4.50%일 때 이와 연동되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는 실제 금리는 신용카드 현금대출 최저이자율 17.25% 및 저축성예금 최저이자율 0.50% 등 기준치와는 영 딴판이다.

딴판인 것은 이것뿐 아니다. 미국 내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 곳곳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를 모든 금융의 기준점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지만 실제 이 금리는 ‘미국 예금은행 간 하룻밤 대출 이자율’을 말한다. 지난 세기 초 일반은행 예금자 보호에 나선 미 연방정부는 모든 예금은행에게 지불준비금의 연방 예치를 요구했고 여기서 연방과 준비금이 합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페더럴 리저브)’ 즉 연준이 생겼다. 연준의 ‘준(準)’은 지불준비금을 의미하며 준비금은 일반은행이 마련해서 연준 금고에 예치하는 현금이다.

이렇게 연준에 예치된 준비금을 ‘연방기금’이라 부르는데 연방이 거둬들인 세금 및 세외수입금과 관련된 연방기금과 혼동하기 딱 좋다. 연준 기준금리의 정식 명칭은 ‘연방기금의 하룻밤 대출이자율 타깃범위’인데 이때의 연방기금(페더럴 펀드)은 일반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지불준비금(리저브)을 말하는 것으로 연방세수와는 아무 상관없다. 각 은행별 의무준비금이 날마다 영업시간 직후 정해져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족분과 과잉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영업시간 직후 은행끼리 서로 대출대여를 하게 된다.

이때 은행들이 주고받는 하룻밤 이자가 연준 기준금리라는 이름으로 미국 및 세계금융의 기준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백퍼센트 가깝게 믿는 은행 간 돈관계라 이자가 최고로 싸다는 점에 주목해 미 연준은 이를 모든 돈관계의 기준점 금리로 삼았다. 연준은 자신이 일반은행에 빌려주는 ‘할인·은행금리’를 이 은행 간 금리보다 살짝 높게 정한다.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리는 인플레가 풀기 어려운 경제 현안이 되면서 연준은 자체 은행(뱅킹)금리 조정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은행 간 하룻밤 금리에 개입하게 된다. 즉 ‘공개시장 활동(조작)’으로 이 하룻밤 금리를 인위적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은행에 하룻밤 금리를 직접 지시할 수는 없는 만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투표로 은행 간 하룻밤 이자의 목표치를 정한 뒤 이를 발표한다. 이어 날마다 ‘공개경쟁으로 정부증권을 매수 매각하는 공개시장 행위’를 통해서 0.25%포인트 범위로 설정된 이자율 타깃을 생성해내는 것이다. 은행 간 하룻밤 이자가 명실상부한 미 연준 기준금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7차 금리인상으로 ‘연방기금 하룻밤 이자율 타깃범위’(기준금리)가 4.25~4.50%으로 확정 발표된 다음날부터 이번 공개시장위원회 아침까지 매일 뉴욕 연준 지부은행에서 오전 9시 발표되는 전날 밤의 ‘실제’ 은행 간 하룻밤 금리는 언제나 4.33%로 변동이 없었다. 연준의 공개시장 조작이 매일매일 훌륭하게 수행된 것이다. 올 첫 금리인상 직후 미국 현지시간으로 1일 밤에 결정되어 2일 첫 뉴욕은행 웹사이트에 올라올 실제 하룻밤 금리 역시 4.50~4.75%의 전반부에서 특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실제 기준금리도 다음 공개시장위원회 회동 마지막 날인 3월 22일까지 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서 이번 인상발표 직후부터 신용카드 현금대출 최저이자가 20%를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생성 및 결정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많이 다르다.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중앙은행은 미국보다 훨씬 직접적,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편인데 유럽연합(EU) 내 유로존도 정책위원회 투표로 일방 결정하지만 내용이 상당히 신사적이다.

유로 단일통화 19개국의 통합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은 3종류의 기준금리를 가지고 있지만 시기에 따라 ‘데포 금리’와 ‘레피 금리’가 최고의 정책금리로 번갈이 가며 부각된다. 인플레가 목표치 2% 아래로 소비와 투자가 부진했던 때는 일반은행이 ECB로부터 1주일 단위로 빌려가는 레피(대출)금리가 정책금리였다. 유로존 중앙은행은 2016년부터 이 대출금리를 0%로 낮춰 아무 이자 없이 은행이 돈을 빌려가 일반 소비자와 기업에 돈을 풀도록 자극했다. 인플레가 9%에 육박한 지난해 7월에야 이를 포기하고 0.50%로 올렸다. 독한 인플레 계절에는 데포(예치)금리가 주인공이 된다.

ECB는 강제 지불준비금 대신 일반은행이 현금을 소비자에게 대출하지 않고 ECB 예치를 택할 경우 시기에 따라 냉온탕으로 대한다. ECB 예치금리는 하룻밤 단위인데 인플레가 너무 낮아 문제였던 2012년에 0%로 낮추었고 2년 뒤에도 저 인플레가 계속되자 이를 마이너스 0.10%로 더 낮추었다. 이는 일반은행이 ECB에 돈을 맡기면 벌금을 물린다는 뜻이다.

2016년에 마이너스 0.40%, 2019년에 마이너스 0.50%로 벌금이 강화되었던 유로존 ECB 데포금리는 지난해 10년 만의 첫 금리인상 때 0%가 되면서 주인공 금리로 부상했다. ECB는 일반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대신 ECB 금고에 예치하면 높은 이자 보상을 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과 10월 잇따라 최초의 0.75%포인트 인상을 거듭했다. 12월에도 0.50%포인트가 추가되어 현재 유로존 일반은행은 ECB에 돈을 예치하면 마이너스 벌금은커녕 플러스 2.0%의 데포금리를 챙기고 있다.

ECB는 미 연준보다 하루 뒤인 2일 정책이사회를 연다. 이때 4번 째 금리인상으로 데포금리를 최소한 2.50%로 올릴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마이너스 이자 벌금이 8년 만에 없어진 지 6개월 만의 예치금 ‘효자’ 세상이 된 것이다. 이 점은 일반은행 의무예치금을 통해 기준금리를 생성하고 있는 셈인 미 연준과 닮아있다.

김재영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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