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 인플레이션이 나홀로 폭을 키워가려는 것일까. 지난해 7월 6.3%(전년 동월 대비)로 정점에 오른 뒤 줄어드는 듯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해가 바뀜과 동시에 다시 커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지난해 11월과 12월의 5.0%보다 높았다. 지난해 8~10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5.7%→5.6%→5.7%를 나타내며 잠시 미미한 등락을 보이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인플레의 대체적 흐름이 우하향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1월 지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플레가 끈적끈적한 정도를 넘어 방향 전환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준 결정적 요소는 꿈틀거리는 공공요금이었다. 도시가스의 경우 지난해에만 38% 인상됨으로써 올 겨울 일반 가정에 난방비 폭탄의 충격을 안겼다. 정부는 도시가스 요금이 아직 더 올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가스료는 한동안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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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으니 가스요금 인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내 발전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졌고, 에너지 전반에 걸쳐 수입가격이 상승한 만큼 전기료 인상도 예정된 수순이다.

서울의 경우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 큰 폭으로 인상된다. 이처럼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 물가 전반에 악영향이 가해지면서 인플레이션 폭도 점차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공공요금 인상 전망만으로도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꽤나 크다고 할 수 있다.

특기할 점은 우리의 물가 흐름이 글로벌 기조와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적 흐름은 물가 상승률의 점진적 감소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미국의 물가 흐름이다. 얼마 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공식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전년 동기 대비 9.1%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지난달(6.4%)까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월별 추이로 볼 때 감소폭이 고르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미미한 측면이 있었지만 하향 흐름만은 뚜렷했다. 미국에서도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다소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 소비자물가의 비교 대상인 CPI 상승률은 분명 내림세로 일관했다.

국내외 물가 흐름의 엇박자는 우리가 그간 공공요금을 강제로 억눌러온 데서 비롯됐다. 때맞춰 올렸어야 할 공공요금을 지난 정권에서 짖누른 것이 물가 상승의 응력을 키워 이제야 일거에 폭탄 터지듯 솟아오르게 됐다. 그 같은 현상을 보여준 것이 지난달부터 나타난 난방비 폭탄 논란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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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대기중인 공공요금 중 버스·지하철 요금은 서울시에 의해 이미 300~400원 오를 것으로 예고돼 있다. 지방도시 중엔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버스요금을 300원 인상한 곳도 있다. 전기료의 경우 지난해 KWh당 19.3원 인상됐지만 올해 중 51.6원이 더 올라야 하고, 지난해 MJ당 5.47원 오른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10.4원 추가 인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야 경영상 숨통이 트인다는 게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계산이다.

하지만 충격파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현 정부 또한 공공요금 인상 시점을 하반기로 분산 이전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물가 흐름이 서서히 상승 반전할 가능성을 키웠다. 이는 소비자들의 의식에 그대로 투영돼 지표로써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째 오름세를 보이더니 4.0%까지 상승했다. 작년 12월엔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아진 3.8%를 나타냈으나 이후 3.9%, 4.0%의 흐름을 드러낸 것이다.

기대인플레율은 소비자들이 향후 1년 동안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이 지표를 매달 조사해 중간값을 산출한 뒤 월별 기대인플레율이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그 흐름은 대체로 CPI와 동조하는 편이다. 일례로 한은 기대인플레율은 CPI 상승률처럼 지난해 7월 정점(4.7%)을 찍었다.

지난 1년간의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이달 5.2%를 기록했다. 특기할 점은 2월 물가인식이 CPI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 7월(5.1%)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직전 1년간의 물가가 작년 7월 당시에 느꼈던 것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졌다고 새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대인플레율 변화와 관련,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에 다시 5.2%로 높아진데다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71을 기록, 전달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 자체는 여전히 낮은 편이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이들의 비중이 다소 높아졌지만 전반적 인식은 부정적임을 나타낸 것이다. 이 수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1년 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 응답한 가구수가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6개월 뒤의 금리수준에 대한 일반의 기대를 나타내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3을 기록하며 한 달 새 19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6개월 뒤 금리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이의 비중이 크게 줄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수준 자체는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는 금리 인상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할 때 100을 초과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은의 이번 조사는 지난 7~14일 전국의 2500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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