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또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평균치를 말한다. 이 수치가 지난해에 사상 처음으로 0.7명대에 진입했다. 2021년 0.81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에 0.78명으로 감소했다.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꼴지 치고도 압도적 꼴찌에 해당한다. 2020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OECD 회원국은 저마다 1 이상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치(1.59명)와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25만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혼인 건수가 2년째 20만에 미달한데다 만혼(晩婚)이 늘어났고, 나아가 아이를 낳지 않거나 결혼 후 수년이 지난 뒤에야 아이를 낳는 등 변화된 현실이 출생아 수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사실들은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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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끈 내용은 역시 합계출산율 관련 부분이었다. 이날 발표된 수치는 합계출산율이 매년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이번에도 1970년 관련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저기록이 경신됐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1974년 3.77명으로 4명대선이 붕괴된 이래 1977년에 2명대(2.99명), 1984년에 1명대(1.74명), 2021년에 0명대(0.81명)를 처음 기록하는 등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하향 흐름은 대체로 대도시일수록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낮은 가장 곳은 서울(0.59명), 부산(0.72명), 인천(0.75명) 등의 순이었다.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곳은 1.12명의 세종이었다.

우리나라의 출산력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출생아 수를 통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4.4% 감소한 24만9000명이었다. 이는 20년 전의 49만7000명에 비하면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30년 전인 1992년(73만1000명)과 비교하면 34.1%로 가까스로 3분의 1 수준을 넘긴 정도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 가운데 15만6000명은 첫째 아이였다. 태어난 아기 10명 중 6명 이상이 첫째였다는 의미다. 둘째와 셋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기 수는 각각 7만6000명과 1만7000명이었다. 둘째와 셋째의 비율도 빠르게 감소해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각각 16.8%, 20,7%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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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앙(한 해의 중간 시점. 7월 1일을 말함)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조출생률은 지난해에 4.9명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전년에 비해 0.2명 줄어들었다. 이로써 지난해의 출생아 수와 조출생률은 모두 역대 최저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생아 수 감소는 노령 인구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함으로써 우리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 동시에 사회 전체의 평균 및 중위 연령을 끌어올려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복지기능의 지속가능성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해 우리의 중위연령은 45.0세로 집계됐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이 지표는 2070년이면 62.2세로 높아진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의 급격한 감소는 역대 정부들이 출산 장려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어온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우리 정부가 지난 16년간 출산율 제고를 위해 투입한 재정만 해도 280조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는 아기의 수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진작부터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이제 온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출산장려 정책을 밑바닥부터 재검점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출산 기피 현상은 기존 정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진작에 나와 있다.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주거난과 취업난, 일과 육아의 병행을 가로막는 사회 환경,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진 사교육비 등등이 출산 기피의 이유들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에 대해 효율적 논의를 이어가는 일일 것이다. 일각에선 종종 제기되어온 장관 통할의 인구부(部) 설립 등이 사회적 논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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