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수출 부진 속에 소비를 필두로 한 내수마저 위축되면서 경기가 둔화 양상을 보이자 난국 돌파를 위해 마련된 조치로 보인다. 대책의 골자는 총 600억원을 투입해 여행 및 휴가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원책은 이전에 사용됐거나 현재 시행중인 제도를 재활용 또는 보강하는 방식으로 실행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총 150만여명을 대상으로 휴가비 10만원, 숙박비 3만원, 유원시설 입장료 1만원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말은 내수 활성화이지만 내용상으론 소비, 소비 활동 중에서도 휴가와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한적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대책의 세부 내용 중 개개인에 대한 지원 액수가 가장 큰 것은 휴가비 항목이다. 골자는 최대 19만명의 근로자에 대한 휴가비 10만원 지원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휴가비 지원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근로자가 2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10만원씩 지원해 40만원을 확보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이행된다. 이번 대책에는 그 대상을 기존의 9만명에서 19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 담겼다. 대상은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이다.

숙박 및 유원시설을 이용하는 134만명에게는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의 지원이 이뤄진다. 구체적 내용은 플랫폼을 통해 숙박 예약을 할 때 100만명에게 3만원씩, 유원시설 온라인 예약시 18만명에게 1만원 할인쿠폰을 지급한다는 것 등이다. 이밖에 철도·항공 이용자 15만3000명에게 1만~2만원을 할인해주는 혜택도 마련됐다. 숙박 플랫폼 중 이용자들이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추후 공모를 통해 확정된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50여개의 대형 이벤트와 대규모 할인행사도 기획됐다. 전국 단위로 130개 이상 지역에서의 축제도 테마별로 확대하고 이와 연계해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한편 공공기관 무료개방을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문화비와 전통시장 지출을 늘릴 목적으로 이 부문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씩 한시적으로 높인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와 함께 유원시설과 케이블카 이용료 등을 기업의 문화업무 추진비로 인정하고 4월과 7월 공무원 연가 사용 촉진, 학교장 재량휴업 권장 등을 통해 여행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정부는 또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과 연결된 국제항공편도 적극적으로 증편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함으로써 해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대책은 한정된 재원 등으로 인해 내수 증진 효과를 내는 데 한계를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는 수출과 함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그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는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는 나날이 위축돼가고 있다. 여기에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내수의 또 다른 일부인 설비투자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수출은 장기 부진 국면에 들어서 있다. 그 결과 무역수지가 1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순수출이 GDP 성장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휴가와 여행 활성화를 통해 민간 소비를 늘리는 것이 그나마 당장 취할 수 있는 대안으로 채택됐다는 의미다.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정부 관계자도 내수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수출이 그렇듯 내수도 구조적 문제로 인해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 경기가 둔화되는 있는 것이 수출과 내수 부진의 근본적 원인이다. 지금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돈을 함부로 풀었다가는 장기간 이어져온 고물가를 더욱 심화·고착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은 최소한의 재정을 활용해 소정의 효과를 내기 위한 맞춤형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감염병 사태로 여행과 휴가, 레저 관련 자영업 기반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계는 맞춤형 대책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환경 개선에 힘써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추출한 결과 4월 지수가 93.0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현상은 13개월째 이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전망 악화가 지속되면 투자와 생산·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실물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며 “일본으로 하여금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 복원시키도록 하는 등 주요국과의 교역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개혁으로 기업의 경영활력을 제고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