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나랏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으로 성장엔진이 식고, 상환 능력은 점차 약화돼 가는데 후세들에게 넘겨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로 인구가 줄고 노령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향후 우리의 나랏빚은 더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4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2326조원,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둘 모두 사상 최고치 경신이고, 국가채무의 경우 1000조원 첫 돌파라는 기록도 함께 수립했다.

국가부채와 국가채무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랏빚은 국가채무를 의미한다. 정부의 개념정의 상으론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가부채 또한 나랏빚으로서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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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는 국가채무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역으로 국가채무는 국가부채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가 진 순채무(중앙정부에 진 채무 제외)의 합을 의미한다. 여기에 공무원·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보증·보험 등 기타 충당부채 등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 결과값이 국가부채다.

달리 표현하자면 국가부채는 연금충당부채처럼 지급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비확정부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얼마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추정해 규모를 산출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고용주체가 아닌 만큼 국가부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이 역시 국가가 사실상 지급보증을 한다는 점에서 국가부채의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하튼 정부 분류 기준에 따라 산출된 지난해 국가부채는 2326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0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국공채와 차입금 등 확정부채는 907조4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0,9%(89조2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총수입(617조8000억원)과 총지출(682조4000억원) 차이로 발생한 통합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 적자였다. 이 같은 재정적자를 보전할 목적 등으로 84조3000억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한 것이 확정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 됐다.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는 비확정부채는 141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대비 증가폭은 41조7000억원(3.0%)이었다.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181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2000억원(3.8%) 증가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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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충당부채는 사실상 전액 부채로 보기 어려운 측면을 지닌다. 향후 70년 이상 동안 공무원 등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 시점에서 추정한 값인데, 여기엔 공무원들이 내야 하는 연금 보험료가 누락돼 있다. 따라서 전액을 채무라 단정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공무원연금이 939조7000억원, 군인연금이 241조6000억원이었다.

비확정부채 중 기타충당부채(보증·보험 등)는 61조3000억원에서 6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청약저축 등을 포함하는 기타 발생주의 부채는 175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국가부채의 일부로서 확정부채 성격이 강한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랏빚의 규모가 마침내 1000억원을 넘기게 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는 97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빚의 규모도 2068만원으로 덩달아 늘었다. 1인당 국가채무가 2000만원을 돌파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1년의 1인당 국가채무는 1876만원이었다. 1년 새 증가폭은 192만원이다.

이로써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6%로 늘어났다. 역대 정부들은 오랜 동안 이 비율을 40% 이내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이 “40%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한 이후 이 비율은 40%를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했다. 40%를 처음 넘은 때는 2020년(43.8%, 2019년 37.6%)이었고 이후 46.9%→49.6%의 흐름을 이어왔다.

이런 흐름의 속도는 윤석열 정부가 처음 편성한 예산안을 토대로 국가재정이 운용되는 2023년부터 다소 느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가 건전재정을 기치로 내걸고 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점이 그 같은 기대의 배경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국가채무의 엄격한 관리가 이행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돈 풀기 요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고, 정부의 긴축 의지 또한 각종 선거가 다가오면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답은 역시 입법을 통해 재정준칙을 엄격히 손질하는 일이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든,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하든 긴축을 강제화하는 방향으로 입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 낮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국가마다 국가채무 산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특히 우리의 경우 국가채무에 잡히지 않는 공기업 부채가 천문학적 규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도 당연히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한다. 미국 같은 나라는 유사시 달러 발행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린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정부도 이번 결산보고서 의결을 계기 삼아 건전재정에 대한 인식을 재차 강화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산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정희갑 재정관리국장은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는 무분별한 현금지원 사업 등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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