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본대출제도 구축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기본금융 실천을 위해 모든 성인 대상의 기본대출을 제도화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른 바 ‘이재명표 기본사회’ 구상의 실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말하는 기본금융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정 한도의 금융혜택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방안이 기본대출제도 확립이다. 거론되고 있는 기본대출의 한도는 1000만원 선이다.

이 제도는 과거 지방자치단체장 시절부터 ‘기본’을 유난히 강조해온 이재명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기본금융 구상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으로 있는 당내 기본사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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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은 모든 성인에게 1000만원 한도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권리를 주자는데 모아져 있다. 희망자가 은행을 통해 기본금융통장을 개설하거나 기본대출 신청을 하면 수용하되 정부가 대출금 전액에 대한 상환을 보증한다는 것이 기본대출제도의 골자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첫출발, 소상공인 새출발과 기본금융 토론회’에서 기본금융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합의 가능한 수준까지 모든 국민이 금융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본금융 이행 방안인 기본대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가 밝힌 기본대출의 구체적 내용은 전국민이 제1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저리로 일정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기본대출제 추진의 논거로 금융이 국가정책의 소산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혜택은 일정 부분이나마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누릴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그는 능력 있는 사람이 장기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반해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원리인 능력주의·경쟁원리를 문제시하는 시각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룰인데 그 점을 간과한 채 결과적 평등만을 강조한 것이 문제가 됐던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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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어 많은 금액을 기본대출해주자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수준까지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밝혔다. 기본대출의 한도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많은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이해되는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또 오래 전부터 모든 영역에서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밝힌 뒤 “농경·산업·복지 사회 다음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그게 기본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금융 실현 이후에도 기본사회 구축을 위해 분야별로 기본개념을 확장해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때맞춰 민주당발 ‘횡재세’ 도입 방안도 전해졌다. 기본대출제도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아닌가 싶다. 연 1%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기에 은행이 직전 5년 평균치의 120%를 초과하는 이자이익을 올릴 경우, 초과이익의 10%를 출연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서민금융법(‘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장 전반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과거 은행과 정유사 등 특정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논란이 일었을 때 일찌감치 강조됐듯이 횡재세 부과는 가당치않은 일이다. 그 기저에 부자에 대한 적개심 조장 의도와 포퓰리즘이 깔려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소수의 부자집단을 적으로 돌려 편을 가른 뒤 다수로부터 박수갈채를 받겠다는 심산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포퓰리즘을 논하기 이전에 먼저 지적할 점은 은행의 이자수익은 횡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럽 등에서 논의되는 횡재세의 개념을 억지춘향식으로 끌어다 붙이려는 것일 뿐 은행의 이자이익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얻어지는 예측 가능한 이익에 해당한다. 채굴업자 등이 돌연 유정이나 광맥을 찾아 뜻밖의 이익을 얻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꾸로 금리 인하기가 닥쳤을 때 은행이 손실을 보게 되면, 그땐 그 손실도 보전해줄 것이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과연 설득력 있는 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기본대출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나타날 것이란 점은 더 크고 중요한 문제다. 각각의 은행이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돼 부실화되고, 그 여파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 그 뒷감당을 누가 어떻게 해낼지가 문제라는 뜻이다. 은행이 수익금 상당 부분을 출연하게 되면 필히 재무상황이 악화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통해 금융 불안의 자그마한 불씨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생생히 목격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기본대출제 도입에 의해 발생할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례 없는 실험인 되는 만큼 비교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제도 특성상 기존의 대출상품에 비해 취약계층 비중이 커지는 만큼 부실채권 발생 확률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전제로 평소 금융권의 부실채권 발생 비율을 감안하면 출연금과 별개로 매년 수십조원을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보전에 쏟아부어야 할 지도 모른다. 제도 자체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개연성까지 있음을 고려하면 부실 규모를 어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기본대출 구상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면서 우리사회의 기본질서를 흔들 수 있는 발상이다. 더욱 고약스러운 건 대규모의 퍼주기를 기반으로 하는 포퓰리즘 성격이 강해 이 제도 하나가 자칫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대에만 좋은, 그래서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퍼주기 복지는 그 종류가 무엇이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달콤한 독’일 뿐이다. 특히 국가경제의 혈류라 할 금융이 위험천만한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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