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대형은행답지 않게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의외의 실적에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 주가는 그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다. 이날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에 비해 1.65% 하락해 334.09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 것은 미국의 대형은행들이 일제히 쏟아낸 호실적 때문이었다. 대형은행 중 사실상 나홀로 실적 부진을 기록한 점이 시장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 된 셈이다. 특히 최근 실적을 내놓은 미국의 4대 은행이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이 골드만의 실적을 더욱 초라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골드만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나 감소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미국의 대형은행 중 순이익이 감소한 곳은 골드만이 유일하다. 골드만의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5% 감소한 122억2000만 달러였다. 이는 시장 전망치(127억6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것이었다.

[사진 = EPA/연합뉴스]
[사진 = EPA/연합뉴스]

앞서 실적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웰스파고, 18일 실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의 4대 은행은 모두 어닝 서프라이즈를 자랑했다. 골드만과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내 2위 은행 BoA의 경우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1분기 순이익(81억6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매출도 13%나 증가해 262억6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은 올해 1분기에 383억5000만 달러의 매출과 126억2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각각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5%와 52%였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1분기 순이자이익으로 그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20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49%였다. BoA의 순이자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5% 늘어 144억5000만 달러를 마크했다.

미국 은행업계에서 JP모건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곳들이 부동의 2위 BoA와 그 다음 순위인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이다.

JP모건과 BoA의 순이자이익 실적에서 보듯 4대 대형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정책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중 소매금융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긴축정책을 업고 예대마진을 키우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순이자이익이 예대마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자이익이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축정책의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 =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 =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나타난 중소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대형은행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점도 JP모건 등의 깜짝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바탕 벌어졌던 뱅크런 소동이 금융 소비자들을 대형은행으로 쏠리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역시 대형은행으로 분류되는 골드만삭스는 왜 유별나게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일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이 첫째로 꼽는 이유가 골드만의 특징적 영업형태다.

골드만은 미국 은행 중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지 못하지만 그 언저리를 맴도는 대형은행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 내용에서는 다른 대형은행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특징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증권 거래, 자산운용 대행, 투자 관리 등 기업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타 대형은행들이 소매금융에 크게 의존하는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골드만은 뉴욕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금융회사라는 평을 듣는다. 골드만의 실적이 곧 기업들의 업황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잣대 구실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점이 시가총액 면에서도 JP모건 등에 크게 뒤지는 골드만삭스를 투자 전문가들이 늘 주목하는 이유다. 이밖에 골드만이 월가 투자금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도 뉴욕증시에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은 기업들의 전반적 경영활동이 약화됐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자본시장 위축이 골드만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골드만의 경우 지난해 이후 채권거래와 주식거래, 투자금융 매출이 각각 17%, 7%, 26%씩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분기 뉴욕증시 상장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전반적으로 낮아져 있는 편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의 실적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개선된 결과를 드러낼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의 경우 미국계 대형은행으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만한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하면 이 모든 현상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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