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가 긴급 처방을 내놓았다. 당장 20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자 이 같은 임기응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대통령실에서 경매 진행 여부를 직접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우선 겨냥한 곳은 문제를 일으킨 인천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관련 주택 2479가구다. 정부는 현재 이들 주택들에 대해 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들에게 경매를 통한 주택 매각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주택의 경매가 일시적으로 유예됐다.

정부는 유예기간을 못 박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다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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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채권자인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영구히 해당 주택의 매각을 금지하게 할 방도는 없기 때문이다. 매각의 영구 금지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입법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책이 갖는 법적 한계로 인해 경매 금지는 마냥 대상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아니다. 따라서 정부도 채권을 지닌 금융기관에 경매 금지를 요구할 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 이뤄지는 전세계약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바람직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금융위원회도 명백한 전세사기로 판명되는 사안에 한해 경매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전세사기가 추가로 집단 발생했을 경우라 할지라도 해당 주택들에 대해 경매를 마냥 미루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없다. 경매 절차 연기가 채권자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이다. 경매가 연기됨에 따라 해당 주택의 평가액이 하락할 경우엔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억울하게 손실을 입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문제의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원희룡 장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를 하는 것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장기거치에 저리를 적용해 대출해주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망라하는 실행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해 다음 주 중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국회에서 답변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전세사기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변제해주도록 하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 문제의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 징수보다 전세금 변제가 우선할 수 있도록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지방세기본법은 집이 경매에 부쳐지면 지방세를 먼저 징수한 뒤 나머지를 우선 순위대로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임차권 확정일자보다 늦게 도래하는 지방세에 대해서는 전세금 변제가 우선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세의 경우 앞서 국회가 이 같은 방향으로 국세기본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이달부터 전세보증금을 국세에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게 됐다.

국세의 경우 중앙정부의 의지만으로 순위를 미루는 게 가능하지만 재산세나 취·등록세 등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와 연관돼 있는 만큼 지자체들의 공감을 얻은 뒤에라야 순위 조정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해 행안부는 그동안 지방정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세피해 사건 발생시 전세보증금 채권을 공공부문이 일괄 매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부도 이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근저당 설정이 먼저 돼 있는 경우 세입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몫이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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