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마침내 종착역에 도달한 것일까.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가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아진 5.00~5.25%로 결정됐다.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음달 13~14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한 번 더 단행할지 여부다. 진작부터 시장의 눈길도 이 부분에 쏠려 있었다.

이날 연준이 결정한 기준금리는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연준 기준금리는 올 들어 상승폭을 줄이며 인상행진 중단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네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한 차례의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연이어 단행했다. 지난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빅 스텝’으로 줄어든 보폭은 올 들어 또 다시 축소돼 ‘베이비 스텝’으로 굳어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이는 연준의 최종금리를 향한 보폭이 지난해 6월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취해진 ‘베이비 스텝’이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지난 3월 FOMC 회의 직후 발표된 연준 성명도 그 같은 기대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당시 시장은 성명이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를 거론한 점에 주목했다. 이 표현은 그 이전까지 등장했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대신 등장한 것이었다.

3월 회의 당시 공개된 점도표는 기준금리 인상 종식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데 보다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연준 위원 18명이 참여해 작성한 점도표는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 전망 수준이 5.1%(중간값)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전망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연준 기준금리는 이날 결정으로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커진다.

이날 새로 결정된 기준금리가 최종금리로 굳어질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날 발표된 연준의 성명 또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및 현상 유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었다. 이번 성명엔 앞서 언급한 ‘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부분이 다시 수정돼 있었다. 새로이 등장한 표현은 “추가적 긴축의 적절한 강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겠다”였다. 최종금리 수준은 추후 발표되는 경제 관련 지표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결국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채 모호성을 유지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들은 팽팽히 대립돼 있다. 미국 내 고용상황이 여전히 탄탄한데다 임금 인상이 지속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이 끈끈한 흐름 속에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 이렇다 할 미국 경기 둔화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반면 미국 내 금융 불안이 깔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과 세계 주요국들이 하나 둘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 등은 연준의 긴축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사진 = AFP/연합뉴스]

특히 꺼지지 않는 미국 내 금융 불안의 불씨는 연준이 긴축 정책을 장기적으로 밀고 가는데 있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JP모건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키로 해 또 한 차례 급한 불은 껐지만 실리콘밸리뱅크(SVB)와 퍼스트 리퍼블릭 등 미국 내 20위권 이내의 대형 은행들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는 일이 이어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미국 은행들이 연이어 무너지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이미 역전 상태에 있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상단 기준)는 1.75%포인트로 더 커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양국 간 금리차의 한계치로 제시한 격차 수준이다. 이로써 한국은행이 이달 25일 열리는 정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현행 3.50%인 기준금리를 올릴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물가 상황이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주고 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최종금리가 3.50%로 굳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FOMC 5월 회의 하루 전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도에 의하면 이 총재는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를 방문했다가 미국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를 평가해야 할 시기”라며 그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주요국들이 예전처럼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최근 다시 불안해진 원/달러 환율과 관련,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 압력이 약해질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