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외식 물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름세도 꽤나 가파르다. 통계지표 자체도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단골 메뉴일수록 오르막 경사가 더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 끝이 어디인지,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식 물가에 가해지는 상승압력은 아직도 만만치 않게 큰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자장면 등 대표적인 8개 외식 품목의 지난 4월 서울지역 평균가격은 1년 전보다 최소 6.5%, 최대 12.7% 상승했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삼계탕으로 인상폭이 12.7%에 이르렀다. 최소폭 인상 품목은 6.5%를 기록한 칼국수였다. 삼계탕과 칼국수의 4월 집계 평균가격은 각각 1만4500원과 8269원이었다.

1년 사이 자장면은 6146원에서 6915원으로 12.5%, 삼겹살(200g 기준)은 1만7261원에서 1만9236원으로 11.4% 상승했다. 1년 전 가격 대비로 직장인들의 주된 점심메뉴로 각광받는 김치찌개(백반)는 615원(8.6%) 오른 7769원, 김밥은 215원 오른 3123원을 마크했다. 냉면은 1만192원에서 1만923원으로 7.2%, 비빔밥은 9538원에서 1만192원으로 6.9% 상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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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8개 품목 중에서도 냉면과 자장면, 김치찌개, 칼국수 4개 품목의 4월 평균가격은 전달보다도 저마다 1~2%씩 인상됐다. 이로써 서울 근로자들은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면 1만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마저도 삼계탕이나 냉면을 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다음의 이야기다. 퇴근 후 한 잔 하면서 즐겨먹었던 삼겹살은 1인분에 2만원을 넘볼 만큼 비싸져 더 이상 서민음식이라 부르기 어렵게 됐다.

가장 일반적인 외식 메뉴인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폭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해당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7%였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구매하는 품목들만 떼어내 집계하는 생활물가가지수의 상승률도 그와 동일했다.

다만,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지표 중에서도 외식 물가는 같은 달 7.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을 포함하는 개인서비스 물가의 전체 상승률은 6.1%였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제외’ 물가는 5.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서도 외식 물가가 개인서비스는 물론 소비자물가 총지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외식 물가는 지금도 강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는데다 전기·가스요금과 대중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 대기 상태에 돌입해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우여곡절 끝에 수일 전에 단행됐지만 상승행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치적 이유로 하반기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년 총선 이후엔 폭탄급 충격을 가할 정도로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질 게 분명하다. 그런 까닭에 올해 하반기에 적정선의 인상이 추가로 단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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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요금의 인상은 전기 및 가스 사용량이 일반 가정보다 월등히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음식 등의 서비스 가격 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음식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력생태계 유지 차원에서라도 올해 안에 kWh당 최소 30원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인상된 요금 21.1원(1분기 13.1원, 2분기 8원)보다 배 이상을 더 올려야 한국전력의 재정상황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2분기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 직전 한전이 20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제시했지만 장기 계획과 실효성이 의심되는 내용들이 망라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료 대폭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연내 인상이 예정된 대중교통 요금도 사회 전반에 인건비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알바 등에게 지불되는 인건비의 상승은 또 한 번 외식물가를 포함한 서비스물가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우 처음엔 올해 2분기 시작 전에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계획을 보류했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지하철과 버스 요금을 함께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남은 문제는 인상폭인데 서울시가 당초 계획했던 인상폭은 지하철과 버스 모두 300원 선이었다. 강원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올 초부터 인상된 시내버스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춘천을 포함하는 강원도의 시내버스 요금은 지난해보다 300원 인상된 1550원(카드 기준)이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에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한다는 계획 아래 코레일 및 교통망이 연계된 경기도·인천 등 관계기관과 인상폭·인상시기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의 인상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버스요금 인상폭은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300원, 광역버스 700원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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