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이달 수도권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중 40% 이상은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으며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액 전세갱신 계약이 많다는 것은 세입자 입장에서 볼 때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성이 여전히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집주인이 현금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야만 감액된 보증금을 제 때에 내주며 새로 전세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내역을 토대로 이달 중 체결된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갱신계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2.8%는 보증금을 낮춘 감액갱신이었다. 부동산R114는 전세에서 다시 전세로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4004건을 대상으로 분석 작업을 했고, 그 중 1713건이 감액갱신 케이스였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월별 감액갱신 전세계약 비중은 작년 11월 이후 두 자릿수로 올라갔고, 지난 3월부터는 줄곧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월별 비중은 3월 42.4%, 4월 44.5%였다.

반면 증액갱신 전세계약 비중은 지난해 10월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욱 줄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가 넘던 월별 비중은 올해 1월 47.1%로 감소했고 이후 42.4%, 39.6%, 37.8%의 흐름을 보이더니 이달엔 39.3%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중 전세에서 전세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감액한 수도권 아파트 1만6275건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4억4755만원이었다. 이는 종전 계약의 전세보증금 평균치 5억4166만원보다 9411만원 낮아진 것이다. 세입자들이 전세 갱신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으로부터 평균적으로 1억원 가까운 돈을 돌려받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평균 감액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로 그 액수가 1억1803만원(6억9786만원→5억7983만원)이었다. 경기가 8027만원(4억5746만원→3억7719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천에서의 평균 감액 규모는 7045만원(3억4992만원→2억7947만원)이었다.

감액갱신 계약시 보증금 감액 폭이 1억 이하인 사례는 전체(1만6275건)의 69.4%(1만1301건)에 달했다. 하지만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감액 규모가 수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이나 성남 분당, 경기 하남 등지의 대형 평형 아파트에서는 감액규모가 3억원을 초과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픽 = 부동산R114 홈페이지 캡처]
[그래픽 = 부동산R114 홈페이지 캡처]

특기할 점은 전세갱신 계약을 하면서 새로 책정한 보증금이 신규 계약의 보증금보다 높았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사는 수도권의 동일 아파트단지 동일면적에서 감액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이 각각 1건 이상 발생했을 경우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렇게 취합된 7271건 중 갱신보증금이 신규계약 보증금보다 많았던 사례가 4172건(57%)에 달했다. 이는 곧 많은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동일단지 동일면적의 다른 집으로 전셋집을 옮겼더라면 보다 싼값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택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R114 측은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대출이자 등 전세 이동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세 계약갱신에서 증액갱신은 줄고 감액갱신이 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증액갱신 계약들 중에는 이전의 임대료 인상 5% 제한과 연관된 것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계약 때 규제 탓에 전세보증금을 주변 시세대로 올리지 못했던 임대사업자들이 새로 계약을 하면서 전세금을 현실화한 것이 증액갱신 건수를 늘리는데 일부 기여했을 것이란 의미다.

한편 부동산R114가 지난 22일 공개한 아파트 전세가 주간 변동률은 서울 -0.02%, 인천·경기 -0.03%였다. 서울에서 4주 연속 하락폭이 축소되는 등 전세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낙폭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는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월세 세입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이 회복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을 함께 제시했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비롯된 불안심리와 역전세로 인한 감액전세. 신규 입주물량, 계절적 비수기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전세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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