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금융소비자들이 자기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10분 남짓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대출상품을 갈아탈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를 31일부터 제공하는데 따라 나타난 변화다.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능한 대상은 일단 신용대출로 한정됐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근저당 변경 등 기술적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온라인상에서 원스톱 갈아타기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구체적 난점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최선책을 강구해 주담대 상품에 대해서도 올 해 안에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는 앱을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앱의 종류는 대출 비교 플랫폼 앱(네이버페이,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과 주요 금융사 앱(NH농협,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두 가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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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앱에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현행 대출을 확인한 뒤 여럿 중 선택한 금융사의 앱으로 이동해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 금융사별 앱을 이용한다면 마이데이터 가입 과정 없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받은 기존 대출을 확인한 뒤 곧바로 해당 금융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능하다.

대출 갈아타기가 끝나 새로운 대출이 실행되면 기존의 대출금은 금융결제원 전산망을 통해 자동으로 상환된다.

갈아타기 서비스 수혜 대상은 위 시스템에 참여하는 53개 금융사의 대출상품 중 10억원 이하 직장인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보증·담보가 없는 신용대출로 국한된다. 갈아탈 대출상품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 것이어야 한다.

이상의 조건을 충족했다 할지라도 연체된 대출이거나 법적 분쟁 및 압류, 거래정지 상태의 대출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대출상품의 경우라면 대출계약을 한 지 6개월이 경과해야만 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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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의 이용시간은 은행 영업시간(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과 동일하다. 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해서 신용도가 내려가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이용 횟수 제한도 따로 설정돼 있지 않다.

이 서비스의 최대 특징은 금융사들의 대출상품을 앱을 통해 손쉽게 확인한 뒤 대출 갈아타기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대출상품 비교는 온라인을 통해 가능했지만 이 서비스 출범 이전까지는 그 즉시 갈아타기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출 갈아타기를 하려면 반드시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했다. 방문 대상도 기존의 대출을 제공받은 금융사와 새로운 대출을 받을 금융사 두 곳이었다.

스마트폰 이용에 애로를 겪는 고령자라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창구에서 온라인·원스톱 대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새로운 서비스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금융사 한 곳만 방문하는 것으로 절차가 간소화된다.

금융위는 개별 금융사가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새로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를 ‘전년도 신규신용대출 취급액의 10%’ 또는 ‘4000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설정했다. 업계는 향후 연간 대환대출 시장 규모가 10조~11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신규 취급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예상되는 대환대출 시장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은행들의 고객 유치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외 문제점이 돌출되지 않는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치열해진 ‘모시기 경쟁’의 대상으로 우대받게 되는 만큼 나쁠 게 없는 일이다.

새 시스템 도입의 의미는 당국의 규제 없이도 금융사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하는 등 서비스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다는데서 찾아진다. 규제를 앞세운 정부의 개입 없이도 시장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얘기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기대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반대로 금융소비자들은 불합리한 고금리로 큰 고통에 시달리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만 운영된다면 금융사들도 손쉬운 이자장사에만 의존하기보다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되리라 기대된다. 금융 당국도 비슷한 기대를 품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소비자와 당국의 기대가 모두 작지 않은 만큼 제도 운영에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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