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마침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일 대법원은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업이 아니라 승합차 대여 서비스라는 점을 최종 확인해주었다. 승차공유 성격이 깃든 ‘타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벌어져온 긴 다툼에서 사법부가 마침내 ‘타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시간을 너무 지체한 흠이 있지만 나온 결과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 소송은 2019년 10월 택시업계 측이 ‘타다 베이직’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어온 서비스를 불법 콜택시 사업이라 주장하며 운영사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4년 가까이 다툼이 벌어진 끝에 이제야 승패가 갈리게 됐다. 쟁점은 ‘타다’가 합법적인 혁신사업이냐, 아니면 단순한 불법 택시사업이냐 하는 점이었다.

다툼은 끝났지만 싸움 뒤에 남은 것은 사실상 패자들뿐이다. 형식상 ‘타다’가 승리했다지만 그 서비스는 진작에 국내에서 소멸됐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소멸이 아니라 외력에 의한 말살이었다. 혁신적 아이디어로 야심차게 사업에 나섰던 이들이 반대 세력의 무차별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어 흩어지면서 ‘타다’ 자체가 오래 전에 형해화됐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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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말살이 가져다준 결과는 참담했다. 기존의 택시 면허를 기반으로 하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바람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택시 요금 대폭 인상으로 귀결된 심야 택시 대란도 따지고 보면 ‘타다’ 축출의 부정적 산물이었다.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타다’의 축출에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타다’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자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입법을 통해 혁신적 모빌리티 사업의 싹을 잘라버렸다. 이른 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여야가 손잡고 통과시킨 것이다.

문제의 법안은 ‘타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인 2020년 3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됐다. 여기에 여야 의원 168명이 합세해 관련 법안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입법 절차는 그해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치권의 고질적 포퓰리즘이 1심에서 면죄부를 받은 ‘타다’가 행여 발붙일 공간을 확보할까 우려한 나머지 서둘러 생존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타다’ 관계자보다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25만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를 보다 중히 여긴 탓이었다. ‘타다 금지법’엔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사업을 하려면 6시간 이상 사용계약을 맺거나 타고 내리는(차량 대여 및 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담겼다. 기존의 ‘타다 베이직’ 영업을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한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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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를 둘러싼 송사가 우리에게 남긴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택시 대란 같은 혼란을 야기한 것도 문제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득권 세력의 서슬퍼런 압력에 혁신적 스타트업이 태동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사회 개혁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반(反)혁신 행동을 오히려 주도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의 엉터리 입법이 사회 발전을 어떻게 가로막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치 집단이 야비하고 탐욕스러운 속내를 노골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나라 망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이래 지속되고 있는 민주당의 포퓰리즘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서버렸다. 더욱 악랄한 것은 포퓰리즘에 편가르기 심보까지 더해졌다는 점이다. 2000여 검찰보다 13만 경찰을 편드느라 ‘검수완박’을 강행한 일, 11만 의사보다 24만 간호사를 의식해 간호법을 밀어붙인 일, 지지 기반 지역의 농민표를 먼저 의식해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킨 일 등등이 모두 포퓰리즘과 연결돼 있다. ‘임대차3법’은 임대인에 대한 적개심을 앞세워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실업급여 대폭 인상은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쏠쏠해지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또한 포퓰리즘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대법원의 ‘타다’ 무죄 결정이 나오자 문재인 정권 청와대 출신인 한 인사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고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혁신 앞에 눈을 감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이 전적으로 옳은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기득권의 눈치를 본 것은 맞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입법 의지가 순수했을 때나 수용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타다’ 불법화 작업은 정치권이 사회의 혁신을 억제하며 오로지 표를 얻는 일에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과정에 불과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타다 금지법’에 대한 근본적 손질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진정한 진보라면 기득권 세력 보호보다 혁신세력을 독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타다 금지법’ 입법에 맞장구친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적극적인 혁신 지원 의지를 보이는 것만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의 존재 이유를 되살리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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