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내려간다던 국산차 개별소비세(개소세)가 하루 만에 상승하는 쪽으로 급반전됐다. 단적으로 말해 그랜저의 경우 다음달 1일 이후 차를 산다면 지금보다 세금 부담이 36만원 늘어난다. 지난 7일 국세청이 다음 달부터 출고되는 국산차의 과세표준을 18%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언론들이 그랜저(출고가 4200만원 기준) 구입시 세 부담이 54만원 줄어든다고 보도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현상이 불과 하루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혼란은 기획재정부가 국세청의 과표 인하 발표 하루 뒤인 8일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5→3.5%)를 이달 말로 종료한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두 정부 기관이 하루 간격으로 자동차 개소세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공연히 속았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일의 경과를 정리하면 이렇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7, 8일 이틀에 걸쳐 차례로 ‘국산차 세부담 경감’ 조치와 ‘개소세 인하 조치 철회’를 발표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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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국세청은 다음달 1일부터 출고되는 국산차의 세금 부과 기준(과세표준)을 18%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의 불만을 유발했던 국산차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는 그간 수입차와 국산차에 개소세 부과 기준을 달리 적용해왔다. 수입차의 경우 수입신고(통관) 단계에서 세금이 부과되지만, 국산차에는 출고가격에 유통비와 이윤까지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온 것이다. 국산차에 적용되는 세금 부과기준이 더 높다 보니 당연히 국산차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역차별 현상이 벌어졌다. 본의 아니게 정부가 수입차 구매를 독려하는 결과가 빚어진 셈이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이런 불합리를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이번 조치로 국산차의 과세표준은 기존보다 18% 낮아지게 됐다. 인하폭을 18%로 한 것은 소매가격에서 유통비와 이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정도 된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국세청 차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준판매비율심의회 결정을 바탕으로 취해졌다. 이번 조치는 앞으로 3년 동안 적용된다.

국세청은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로 공장 출고가격 4200만원짜리 그랜저의 경우 과세표준이 4200만원에서 3444만원으로 756만원 낮아지고, 그 결과 세금과 소비자가격이 54만원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같은 논리로 기아쏘렌토(과표 4000만원)와 르노XM3(과표 2300만원)는 세금이 각각 52만원, 30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에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던 소비자들은 당연히 반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가격 대비 인하폭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차피 차를 구매하려던 사람들에겐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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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기분을 더 크게 북돋울 심산이었던지 국세청 발표 내용에서는 보기에 따라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부분도 엿보였다. 차종 사례별 세금 인하폭 계산이 현행 개소세 적용세율(3.5%)이 아닌 기본세율(5%)을 기준으로 이뤄진 점이 그 배경이다.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현재 자동차에 개소세를 부과할 때 기본세율이 아닌 탄력세율(3.5%)을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저 54만원 세금 인하 효과 계산은 세율 5%를 기준으로 도출됐다.

소비자들의 환호는 하루 만에 냉소로 뒤바뀌었다. 8일 기재부가 자동차에 적용해오던 개소세 인하 조치(5→3.5%)를 이달 말로 종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구매시 이달까지만 탄력세율 3.5%를 적용하고 다음 달부터는 기본세율대로 5%를 과세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2018년 7월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처음 취했다. 내수 진작이란 정책목표가 그 배경이었다. 이 조치는 2019년 말 종료됐지만 이듬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는 바람에 부활돼 6개월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다 마침내 이번 달로 효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정부의 개소세 인하 조치 철회로 다음 달부터는 소비자들이 그간 누려오던 최대 143만원(개소세 인하 한도 100만원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3만원)의 감세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그 결과 출고가 4200만원짜리 그랜저의 세금 부담은 90만원(개소세 63만원+교육세 등) 늘어난다. 반면 과표 18% 하향조정으로 줄어드는 세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54만원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다음 달부터 해당 그랜저를 구매하려면 지금보다 36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이은 이들 조치는 국세청과 기재부가 각각의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해 취해진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의 과표 인하는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오히려 국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는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취해졌다. 이와 달리 기재부의 탄력세율 적용 철회는 일시적 변수에 대응하느라 적용했던 비상조치를 해제함으로써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움직임이라 해석된다.

문제는 정책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정책목표가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불과 하루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듯 혼란을 느낀다면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특히 아쉬운 점은 종합발표 등으로 운영의 묘를 조금만 살렸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국민들의 혼란과 불만을 정부가 앞장서서 자극했다는 사실이다. 혼선을 일으킨 주체들이 기재부와 그 외청인 국세청이라는 점에 생각이 이르면 아쉬움은 한결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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