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마침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5개월 동안 10차례의 통화정책 회의를 거치며 금리를 숨가쁘게 올려온 연준의 행보에 마침내 쉼표가 찍힌 것이다. 연준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며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5.00~5.25% 상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고대해온 세계 경제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도리 없이 연준의 긴축행보에 일정 정도 보조를 맞춰온 한국은행도 일단은 한·미 간 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우려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이날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상단 기준)로 벌어져 있다. 한은으로서는 금리 역전이 더 심화될 경우 자본 유출과 그에 따른 환율 불안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 동반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동결이 연내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진작부터 연준의 금리 동결을 예상하면서 ‘매파적 동결’ 운운한 것도 그와 연관돼 있었다. 비록 이번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 내부엔 매파적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런 진단을 토대로 다수 전문가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고 표현하는 대신 ‘기준금리 인상을 건너뛰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이날 연준이 경제전망 자료의 하나로 공개한 새 점도표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해주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18명이 생각하는 장래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제각각 표시함으로써 완성되는 점 그래프다.

3개월 만에 업그레이드된 연준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전망하는 올해 말 기준금리로 5.6%(중간값)가 제시됐다. 지난 3월 공개됐던 점도표에 비해 0.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준 내부에서 긴축 주장이 3개월 전보다 크게 강화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부분의 위원들이 올해 중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하면서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었다. 연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고 단언했다.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자면 연준은 올해 하반기에 베이비 스텝 기준으로 두 차례 더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점도표상의 금리 전망치 상승은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6월 점도표상의 내년 말과 내후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개월 전에 비해 각각 0.3%포인트(내년 4.3→4.6%, 내후년 3.1→3.4%) 올라갔다.

이 같은 전망 경로대로 진행된다면 연준 기준금리는 내년부터 하향 전환하되 1년에 걸쳐 4.6%에 도달할 정도로 더디게 하락하는 흐름을 타게 된다. 이는 내년 말까지는 각국 경제 주체들이 고통스러운 고금리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 6월 점도표. [그래픽 = 연합뉴스]
연준 6월 점도표. [그래픽 = 연합뉴스]

통화정책 회의 직후 나온 연준 성명이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도 점도표 내용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먼저 연준 성명은 “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강력히 약속했다”고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각종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발생시 정책목표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냈다.

연준은 자료 및 데이터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파월 의장 또한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회의를 거듭하며”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점도표에 나타난 기준금리 전망치가 연준의 결정이나 확정된 계획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한 말이었다.

연준은 수위를 미리 정해두는 일 없이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그때 그때 미팅을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정해나가겠다는 취지를 누차 강조했다. 7월 기준금리 인상설과 관련해서도 파월 의장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회의 현장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많이 내려가는 시점”을 거론하면서 그런 때가 오는 데는 “두어 해”가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발표된 연준의 강경 메시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준이 새로 제시한 경제전망 요약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2%다. 직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근원 인플레 전망치는 오히려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진 3.9%로 집계됐다.

이들 자료는 연말까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은 물론 기조 물가가 전보다 더 끈끈해졌음을 보여주었다.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3개월 전보다 0.4%포인트 올라간 1%로 집계됐고, 올해 실업률 전망치가 3월의 4.5%에서 4.1%로 낮아진 점도 연준의 인플레 파이터 본능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제 환경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라는 것을 자료가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올해 중 네 차례 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FOMC 정례회의를 연다. 기준금리 인상이 재개될 경우 그 시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때는 7월(25~26일) 또는 9월(19~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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