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검증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습니까?”

“기준에 맞다면 마시겠습니다.”

“한 번 공수해 올까요?”

맥락 없이 이 부분만 떼어 놓고 듣는다면 술집 등에서 취객 간에 오가는 말싸움 정도로 이해될 만한 대화다. 하지만 이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 현장에서 국무총리와 제1 야당 의원 간에 오간 질의·답변의 일부다. 일반 바닷물도 일부러 마시는 것은 난센스임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우선은 질의 자체가 너무 유치하고 악의적이었다.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의라고 하기엔 그 수준부터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총리와 여당 의원의 직계가족, 바다에 인접한 그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까지 함께 오염수를 마시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질의랍시고 하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의원은 “참 대단하시다”라고 비꼬는 발언으로 대정부 질의가 아닌 대정부 공격에 가세했다.

빈 틈이 많아진 한 대형마트의 소금 제품 매대. [사진 = 연합뉴스]
빈 틈이 많아진 한 대형마트의 소금 제품 매대. [사진 = 연합뉴스]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오염수 관련 대정부질문에 나선 상당수 야당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選良)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보기에 따라서는 누가 더 독하게, 더 자극적으로 대정부 공격을 하는지 자기들끼리 경연(競演)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 정도였다. 말이 질의이지 질의라고도 할 수 없는 ‘답정너’식 몰아붙이기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민생에서도 기본 중 기본을 차지하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에 그렇다.

국민들은 정치가 오염수 관련 불안감을 해소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해줄 능력을 갖춘 곳은 정치집단뿐이다. 그 이전에 방류수의 오염도는 어느 정도이고, 방류가 이뤄질 경우 우리 해역과 국민들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비판적으로 따지고, 정부 측 답변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지를 검증해야 하건만 그런 진지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제1야당 측은 정부 측 답변자를 향해 거친 언사를 동원해가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고, 막연히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데만 치중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민감해진 국민들의 감성을 한껏 자극해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인 듯 보일 정도다.

질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답변하는 쪽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오염수 관련 정보를 제공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여·야가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 대정부 질문에 더해 TV공개토론을 벌일 법도 한데 우리 정치 수준으로 볼 때 그건 언감생심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탱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탱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럴수록 답답해지는 쪽은 국민들이다. 일본은 이미 오염수 시험방류 단계에 돌입했는데도 일반 국민들은 무작정 반대 주장만 펼치는 야당과 아직까지 별 문제 없다는 정부의 발표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불어민주당이 명쾌하게 자료로써 정부 발표를 반박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정부 측에서 “문제없다”는 취지를 설명하면 “일본 편드는 거냐” “일본 총리냐”라며 무대뽀식 윽박지르기만 일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까닭에 여·야 간 논리적 공방을 통해 방류수 안전 여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은 국내에서 한 발짝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비록 비논리적이지만 거대 야당의 극렬한 반대는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 바람에 애꿎은 수산업자들과 해산물 판매상들이 곤욕을 치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벌써부터 수산물 판매량이 급감했고, 김장철도 아닌데 천일염 가격이 널뛰기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안 되겠다 싶어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일일 브리핑을 실시하며 오염수 관련 정보 제공에 나섰지만 마주쳐주는 손바닥이 없으니 효과적인 울림도 없는 것 같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논박이 없으니 국민들이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못미더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일부 전문가는 방류수가 대양으로 흘러들면 문제의 삼중수소 농도도 빗물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말하지만 이런 설명 역시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에겐 먹혀들 리 만무하다.

먹거리 안전과 관련해 민주당 중심의 진보 진영이 국민들을 상대로 부정적 소구 전략을 펴는 일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과거의 광우병 및 성주 참외 관련 괴담 유포가 대표적 사례들이다.

해양 전문가들은 일본 방류수가 우리 해역에 도달하려면 4~5년은 걸린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의 설명대로라면 방류수는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앞바다, 괌 등 미국 영토 인근 해역을 먼저 거쳐간 뒤 우리나라 쪽으로 흘러들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권은 이 문제를 두고 특별히 갑론을박을 벌이는 기미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국 등의 전문가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검증한 방류수 안전성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많은 국내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보다 크게 우려하는 것은 중국 동부 해안에 다수 건설된 원전들이 우리 서해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감성적으로 접근하면서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듯 보인다. 민주당이 작심하고 이렇게 나온다면 정부로서도 정면 대응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한덕수 총리의 약속대로 검증된 방류수를 음용 기준에 맞게 정수처리한 뒤 직접 마셔 보이는 것이 그 대안일 수 있다. 과거 O157(대장균의 일종) 파동 당시 일본 관료들이 매개물로 지목된 무순을 공개적으로 시식해 보인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발표가 정말로 옳고, 유일한 문제가 심리적 불안감일 뿐이라면 사태 해결을 위해 총리 등 관료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재차 강조하건대 그 퍼포먼스에는 데이터에 의해 보장된 확실한 안전성 담보라는 전제가 수반돼야 하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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