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도 모든 업종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별화 안건에 대해 투표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해당 안건이 부결된데 따른 결과다. 투표에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 중 근로자위원 1명이 불참했다.

정황상 공익위원 9명 중 2명만이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에 찬성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짐작된다. 중립적 입장의 공익위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은 경영계가 요구해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는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그간 체인화 편의점,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등 3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따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들 업종 종사자들의 경우 지불 능력이 기타 업종에 비해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경영계의 이 같은 입장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업종별 구분 적용이라도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은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최저임금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제발 그만 좀 올리자”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내 취업자 중 20%를 차지한다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통계 수치로도 입증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1952만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들 자영업자에게는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의 경우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하며 최저임금만 받는다 하더라도 업주보다 많은 연간 소득(주휴수당 포함 2297만원)을 올리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노동계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특정 분야를 따로 떼어 차등 적용하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제의 기본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논리다. 한 사회에서 임금의 하한선으로 책정한 것이 최저임금이라는 점을 고려하자면 노동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정해진 최저임금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모든 업종에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행률은 100%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이 모든 업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간다면 아무리 처벌 조항이 엄격하다 할지라도 미이행 사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현행 최저임금법(28조)에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나아가 징역과 벌금이 병과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강력한 처벌 조항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간한 보고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전체 근로자의 12.7%(275만6000명)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았다. 이 수치는 2019년 16.5% 이후 점차 내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없는 고용주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냉정히 따지자면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갔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치(시급 9620원, 월급 환산액 201만580원)보다 26.9% 높은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제시된 금액은 월급 환산액으로 치면 255만1890원이다. 물론 제시된 액수가 확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최저임금이 이 정도로 인상된다면 여러 사업 분야에서 미이행 사례가 폭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최저임금이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인당 소득이 우리의 두 배 정도인 미국에서는 연방 최저임금이 시급 7.25달러(약 9460원)로 책정돼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급 15달러 공약은 의회 반대에 부딪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행정명령을 발동함으로써 연방정부 계약직 직원 등에 한해서만 최저임금 시급 15달러를 적용하고 있다. 연방 최저시급이 7.25달러로 묶인 가운데 미국의 여러 주에선 지금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 달러로 정해두고 있다. 워싱턴DC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수준은 주마다 천차만별이다.

현실 여건 상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최저임금 혜택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필요하다면 정부가 취약 업주들의 지불능력을 보완해주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최저임금 미만율 해소 과제를 최저임금 논의 과정과 연계시키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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