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할 법정 시한이 27일로 이틀을 남겨두게 됐다. 정황상 올해도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마감 시간이 임박해진 만큼 최저임금위원회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을 돌파할지 여부에 모아져 있다. 최저임금 액수 못지않게 중요한 안건으로 부상했던 부문별 차등적용 문제는 앞선 7차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경영계는 지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숙박·음식점업 일부와 택시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따로 책정하자고 요구해 안건으로 상정하는 데 성공했으나 투표에 의해 거부됐다. 노동계의 반대에 공익위원 다수가 동조한 것이 부결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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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적용이 무산되자 경영계는 이를 빌미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의 명분에 걸맞게 지급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업 분야에 기준을 맞춰 임금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동결이 주류를 이루던 입장이 보다 강경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영계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서 그 같은 목소리들이 취합된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 최저임금 미만율(임금근로자 중 실제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12.7%나 된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5인 미만 소규모 기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분야에서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0%나 된다.

경총은 이런 현실 속에서 최저임금을 더 높이면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경총은 또 최근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27.8%)이 같은 기간의 물가상승률(12.5%)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 최저임금이 적정선인 중위임금 대비 60%를 이미 초과해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해왔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210원을 제시했다. 내수 소비 활성화와 임금 불평등 해소,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문제 해결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을 월급(209시간 근로 기준)으로 환산하면 255만1890원이다. 올해 대비 인상률은 26.9%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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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확정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경영계가 선선히 받아들일 수준도 아니거니와 노동계로서도 ‘협상용’임을 의식하고 제시한 액수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시중의 인식은 보다 현실적이다. 과연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을 넘길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응답 알바생 1713명의 내년도 희망 최저시급은 평균 1만648원이었다. 올해 9620원인 최저시급이 내년에 1만원을 넘기려면 인상률이 최소 3.95%는 돼야 한다.

알바생들의 희망대로 내년에 최저시급이 1만원을 넘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노동계의 요구가 꽤나 높은 수준임이 확인됐지만 경영계와 입장차가 커서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통상 최저임금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각의 안을 제시한 뒤 이를 토대로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 구간을 설정하고, 이후 논의를 거듭하며 양측 간 간격을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는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따라서 막판엔 공익위원들이 주도권을 쥔 채 사실상 독단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에도 올해 최저임금을 정할 때 그와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위원회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제시한 근거자료는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4.5%)와 경제성장률 전망치(2.7%),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2.2%) 등이었다.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치를 합한 값에서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뺀 5.0%를 최저임금 인상률로 삼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액수가 올해의 시급 기준 최저임금 9620원이었다.

만약 올해에도 이런 산식이 적용된다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4%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5월 경제전망에 의하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다. 한국은행은 또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로 25만을 제시했다. 통계청 집계상 지난해 15세 이상 취업자가 2808만9000명이었던 점을 토대로 올해 취업자 증가율을 계산하면 그 수치는 0.89%란 결론이 나온다. 이를 지난해 최저임금 계산 공식에 적용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4.01%가 된다.

물론 이 공식이 올해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점 등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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