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평균 소득자가 국민연금을 10년간 부은 뒤 수령하는 월 연금액과 평생 연금을 한푼도 붓지 않고 노령기에 그냥 받는 기초연금 월 수령액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이 새삼 확인되자 국민연금을 애써 부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차라리 국민연금을 붓지 않고 65세부터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그 배경을 이룬다. 기초연금은 납부한 보험료 없이 65세 이상 노인이면서 재산상의 자격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초연금 인상론이 활발히 제기돼왔다. 여·야 할 것 없이 기초연금 인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나 가까운 미래에 노인이 될 사람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도 국민연금 개혁과 병행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기초연금을 40만원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것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재정 지출에 보다 긍정적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기초연금 인상에 적극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오랫동안 기초연금 40만원 지급을 주장해왔다. 여·야 간 차이가 있다면 현 정부가 일정 조건을 붙여 좀 더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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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기금이 고갈돼가는 바람에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쪽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개혁이 진행된다면 국민연금 납부를 최소 가입기간인 10년간 해본들 추후 받을 연금액이 기초연금 수령액보다 작아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자료가 6일 공개됐다.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발표한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매달 286만원 정도를 버는 평균 소득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를 낸 뒤 노후 연금 수령기에 받게 되는 연금액은 월 35만7636원이다. 이는 올해 노인 70%가 매달 받는 기초연금액(32만318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연히 월급의 9%(회사 몫 9% 별도)를 10년 간 보험료로 다달이 내고도 ‘공짜로 받는’ 기초연금과 대등한 수준의 연금만을 수령하게 되는 이들로서는 불만을 지닐 수밖에 없다.

최 위원의 국민연금 월수령액 분석자료는 평균 소득자가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120개월) 동안 소득의 9%를 보험료로 꼬박꼬박 납부한 뒤 일정 시점에 소득대체율 50%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해 산출해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월 평균 소득자는 월 286만1091원을 버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액수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이다. 3년 평균소득 월액은 매년 상승하는데 올해의 경우 월 286만1091원으로 집계됐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한 사람이 받게 될 연금수령액이 자신의 생애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지칭한다. 가령 소득대체율이 50%라면 생애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었던 사람은 연금으로 매달 50만원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던 당시 70% 수준이었으나 1차 연금개혁 영향으로 1998년에 60%로 내려갔다. 그 다음 2차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은 더 떨어져 올해엔 42.5%에 머물렀다. 2008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선까지 낮아지도록 구도가 짜여진 탓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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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앞서 최 위원이 소득대체율 50%를 적용해 분석한 사례자의 국민연금 수령액은 현실 속의 실제 수령액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현실 속의 평균 소득자가 실제로 10년 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받을 연금액은 분석 자료상의 액수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행 로드맵에 따라 2028년부터 적용될 소득대체율 40%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마저도 40년간 국민연금을 꾸준히 납부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혜택 아닌 혜택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심각해 취업이 늦어지고 반대로 조기 은퇴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40년 국민연금 납부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개혁을 논하는 자리에서 자주 선택되는 의제이다. 국민연금의 실효성을 높여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이 비율을 5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전제가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점이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다. 연금 개혁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소득대체율 인상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은 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매년 조금씩 오르는 흐름을 보이게 된다. 도입 당시인 2014년 월 20만원이었으나 금액이 매년 인상돼 올해엔 32만3180원으로 확정됐다. 부부 공동수령일 경우의 기초연금 기준액은 51만7088원이다. 단독수령액인 올해의 월 32만여원은 지난해 지급액(30만7500원)에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5.1%를 반영해 산정된 값이다.

일각에서는 기초연금을 ‘노인수당’으로 바꾸어 지급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가 아니라 진짜 가난한 노인으로 대상을 줄여 명실상부한 빈곤 고령자 복지수단으로 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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