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예상했던 대로 인재(人災)였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전 과정을 되짚어 살펴보니, 설계에서 시공·감리 전반에 걸쳐 사고 발생 위험요인이 널려 있었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떤 과정에서든 누군가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라면 ‘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단계별 관여자들이 타성에 젖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설마’하는 마음에 알고도 지나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총체적 부실에 의한 사고였음을 고려하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게 가능한가 할 정도로 해당 공사는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부실의 연속이었다. 설계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부실한 설계마저 공사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설계·시공 상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감리 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부실에 부실이 더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사진 = 연합뉴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사진 = 연합뉴스]

부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철근 빼먹기였다. 붕괴된 지하주차장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지르는 들보(상량) 없이 기둥들이 직접 상판을 떠받치도록 설계됐다. 이른 바 무량판 구조였다. 상판의 하중을 견디도록 배치된 기둥은 32개였다. 첫 번째 문제는 32개의 기둥 중 17개에만 철근이 들어가도록 설계가 이뤄졌다는 점이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험요인이 있었지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단계가 이어지면서 문제요인은 더 늘어났다. 부실한 설계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철근이 들어간 기둥 수가 또 한 번 줄어든 것이다.

엉망으로 무너져 내린 사고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기둥 8개를 살펴보니 그중 절반에서 철근이 누락돼 있었다. 철근이 들어가도록 설계된 17개 기둥 중에서도 4개에서 철근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많아야 13개 기둥에만 철근이 들어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나마 관대하게 잡은 게 이 정도이니 천장 붕괴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고 시설의 콘크리트도 강도 미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 강도보다 3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는 게 조사단의 결론이었다.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한다는 설계 기준이 무시됐던 것이다.

레미콘 품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골재시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 주차장 상판 위의 지상에 토사를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쌓아올린 것도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설계상으로는 토사 높이가 1.1m였지만 실제로 쌓인 토사의 높이는 최대 2.1m였다.

사방에 사고 유발 요인이 널려 있었던 셈이다. 건설공사 도중 사고가 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입주민들이 붕괴 위험이 내재된 아파트에서 생활했을 것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질 지경이다.

국토부는 부실 공사 현장에서 으레 발견됐던 불법 하도급이 이곳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고 지점 시공에 참여한 현장근로자들의 임금이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배분된 사례가 발견된 점이 의심의 근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이번 사고로 연말 입주 희망에 부풀어 있던 1600여 가구는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를 전부 다시 하기로 함에 따라 4~5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공사가 보상에 적극 나선다 한들 그들이 입게 된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피해는 입주 대기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 대형 건설사가 사고의 주체라는 것은 신뢰라는 우리의 사회적 자산이 크게 훼손됐음을 의미한다. 보다 넓게는 국제적으로 K브랜드의 품격,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문명사회로서의 품격을 훼손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 자체가 워낙 후진국형이었다는 점이 그 같은 평가의 이유다.

이번 사고는 작년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져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건설사들의 아파트는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아파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나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행사(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심했던 곳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불법 행위가 드러나는 대로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과 같은 후진국형 대형사고를 내는 건설사는 시장에서 영구 추방되도록 엄히 조치하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하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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