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7월 초순(1~10일) 중 무역수지가 22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87억41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290억 달러를 넘보게 됨으로써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적자가 어디까지 커질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132억6700만 달러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8% 감소했다. 수입은 수출보다 더 큰 감소율을 보였지만 액수로는 수출을 크게 초과하는 155억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감소율은 26.9%였다. 수입과 수출의 차액, 즉 무역수지는 22억7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초 열흘 동안의 성적만 놓고 보면 이달 적자액은 지난달(-14억2700만 달러)보다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달 초순 적자 정도는 작년 같은 기간의 56억8100만 달러에 비하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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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7월 초순의 조업일수는 나란히 7.0일로 동일했다. 다만, 일 평균 수출액 환산치는 지난해가 22억2000만 달러로 올해(19억 달러)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 초순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은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한데서 비롯됐다.

10일까지의 누적 적자액이 290억 달러를 넘보게 됨으로써 올해 무역수지 적자폭이 300억 달러를 넘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정부는 전부터 올해 우리 경제환경이 수출 증대 등에 힘입어 ‘상저하고’를 나타낼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상반기 무역동향 및 하반기 무역·통상 환경 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수지는 295억 달러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적자 추정치 283억 달러에 하반기 기대치 12억 달러를 더해 추산해낸 수치다.

무협의 전망대로라면 우리의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 소계는 12억 달러에 그치게 된다. 적자 전망이긴 하지만 상반기보다는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연구원의 전망은 이보다 부정적이다. 연구원이 얼마 전 발표한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에 나타나 있는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53억 달러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9.1%, 10.2%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두 기관의 전망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300억 달러 전후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부터는 월간 무역수지가 ‘억 달러’ 단위로 한 번이라도 두자릿수 적자를 기록한다면 단숨에 넘어갈 수 있는 수치다.

추세적 흐름은 적자폭의 축소 쪽으로 이어져왔다. 관세청이 집계한 올해 월별 무역수지는 1월 -125억4000만 달러, 2월 -53억3000만 달러, 3월 -47억3000만 달러, 4월 -27억3000만 달러, 5월 -21억2000만 달러 등이었다.

적자 행진은 지난달에 들어서야 겨우 흑자(11억3000만 달러)로 전환됐다. 16개월 만에 실현된 첫 흑자 기록이었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듦으로써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긴 했지만, 맥락으로 보면 하반기엔 상반기 중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할 만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477억85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처음 나타난 무역수지 적자이면서 2008년 132억6000만 달러 적자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달 초순 수출 실적을 낮추는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역시 반도체였다. 수출 주력인 반도체의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36.8%였다.

지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이번에도 두드러졌다. 대(對)중국 수출 감소율은 20.6%나 됐다. 이달 1∼1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8억4300만 달러 적자에 머물렀다. 대중 무역적자는 작년 10월부터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입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은 에너지 자원이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와 가스, 석탄의 수입액이 각각 55.2%, 32.2%, 59.0%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수입 감소는 반도체(-23.8%), 석유제품(-33.5%), 반도체 제조장비(-14.7%) 등의 부문에서도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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