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연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공개한 성명을 통해 연방 기금금리 목표범위를 5.25~5.50%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이날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이 정작 관심을 쏟은 것은 향후 연준이 택할 통화정책 방향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지, 연내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시도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연준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연준의 답변은 오는 9월에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수도, 동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연내 인하 가능성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추측성 답변에 의해 사실상 부인됐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퍄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퍄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연준이 이날 발표한 성명은 첫머리에서부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최근 지표는 경제활동이 적당한(moderate)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몇 달 간 일자리가 견고하게 증가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remains elevated)”는 것이었다.

이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도 될 만한 경제적 환경이 조성돼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연준의 판단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준 성명은 곧이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이 2%임을 새삼스레 상기시키면서 “경제 전망과 관련해 들어오는 정보의 의미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여건이 계속 유지된다면 2% 인플레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성명은 이전 FOMC 회의 직후 파월 의장이 밝힌 내용에도 부합한다. 당시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이 연준 위원들의 ‘라이브 미팅’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철저히 데이터를 토대로 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보다는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었다. 이어진 설명에서도 같은 맥락이 유지됐다. 데이터가 받쳐준다면 기준금리 유지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상기시키며 “갈 길이 멀다”고 한 것도 기존 발언과 비슷한 톤이었다.

경기 전망과 관련해서는 “더는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역시 이날 발표된 성명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미국의 경제 상황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할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밝힌 셈이다.

지난 6월 FOMC 회의 직후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는 위원들이 전망하는 올해 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이 5.6%임을 보여주었다. 연내에 기준금리가 5.50~5.75%로 한 번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연준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행보를 이어온 탓에 양국 간 기준금리 차는 2.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미 역전돼 있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지기는 처음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조심스레 헤쳐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미국으로의 달러화 유출 러시가 발생해 원/달러 환율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다만, 달러화 유출이나 환율 움직임이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에 의해서만 촉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 나름의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한은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해왔다.

문제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지금보다 벌어져도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격차가 너무 커질 경우 조그마한 변수만 추가되어도 달러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고민스러운 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선뜻 인상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듯 보인다. 점증하는 경기 침체 가능성, 신용 경색 및 금융불안 재연 우려, 서민차주들의 이자부담 증가 등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연준의 9월 FOMC 회의(19~20일)를 한 달 쯤 앞둔 다음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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