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계에 만연해진 것 중 하나가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He Said She Said 저널리즘’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른 바 ‘카더라~’식 보도의 상당수가 그에 해당한다. 인용보도를 같은 의미로 쓰는 이들도 있지만, 이 말은 언론계에서 대체로 다른 개념으로 통용된다. 소위 ‘물 먹은 기사’가 있는데 당장 팩트 확인이 안 되는 경우 최초 보도 매체명을 명기하면서 기사화하는 것을 보통 인용보도라 부른다. 정당하고 솔직한 보도행태라 할 수 있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누군가의 말을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 전달하는 보도 행태를 지칭한다. 따라서 따옴표 부호를 즐겨 사용하기 마련이다. 기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 멘트를 직접화법 형식으로 부분부분 전달하는 예도 많은데 이런 양태까지를 따옴표 저널리즘의 범주에 넣지는 않는다.

언론학자나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에는 부정적 의미가 다분히 배어 있다. 기사의 핵심 부분을 ‘카더라~’ 식으로 처리한 채, 발언 내용에 대한 치밀한 확인도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행태가 따옴표 저널리즘의 실질적 개념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따옴표 저널리즘은 신문기사 편집 과정에서도 종종 사용된다. ‘카더라~’ 형식으로 들어가 있는 기사의 민감한 부분을 제목으로 뽑아내는 방식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이럴 땐 제목에도 따옴표가 붙여진다. 독자들은 무심코 제목만 보고 팩트인 양 받아들이지만 그 내용은 거짓일 수도 있다. 만약 거짓으로 판명나더라도 해당 매체는 따옴표 사용을 근거로 ‘모모한 인사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 주장하며 빠져나갈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카더라식 보도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신뢰할 만한 공인이 한 중요 발언이라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신력 있는 외신을 인용보도한 기사도 마찬가지다. 수일 전 국내 매체가 일본의 유력지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 <“한미일, 내달 18일 美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조율”> 등이 그에 해당한다. 백악관은 이 보도가 나온 지 수일 후 그날 그곳에서 3국 정상이 회담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때론 맞고 틀리고를 떠나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것, 어떤 매체가 어떤 보도를 내보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카더라식 보도라 할지라도 이런 유에 해당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진짜 문제는 그 방식을 교묘하게 악용하는데서 발생한다. 똑같은 칼도 셰프가 쓰면 유용한 도구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 쥐어질 경우 흉기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카더라’를 악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문제라는 얘기다.

따옴표 저널리즘이 판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다. 우선은 기사 작성이 용이하고 팩트 확인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요즘처럼 온라인 기사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진 환경에서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더욱 활개를 치기 쉬워졌다. 속보(速報)에 큰 가치를 두는 온라인기사의 속성이 일차 원인이다.

저명 뉴스메이커들이 페이스북에 글 한 줄만 올려도 포털 사이트의 뉴스카테고리에 카더라식 기사들이 앞다퉈 등장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사회적 현안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견을 내며 그런 현실을 즐기는 ‘관종’들도 꽤 있는 듯 보인다. 대학 교수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연구나 강의준비는 언제 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사사건건 남보다 앞서 SNS에 의견을 올리는 일이 보통 정성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따옴표 저널리즘의 폐해는 단순하지 않다. 읽는 이들로 하여금 누군가가 한 말의 내용을 무작정 팩트로 인식하게 만드는 폐단을 안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거짓일망정 독성이 강할수록 각인 효과도 커진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사를 쓰는 이조차 워딩의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안중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유명 유튜버 김어준씨가 증폭시킨 한기호 의원 관련 가짜뉴스 파동은 따옴표 저널리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서울 강남권의 한 여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한 사건을 다루면서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보도가 없죠?”라고 말했다. 그리곤 “곧 실명이 나올 것”이란 설명까지 추가했다.

자신이 취재를 통해 아직 널리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알아낸 듯 말했지만 나중에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확대재생산한데 불과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김씨가 위험천만한 뜬소문을 전하면서 따옴표 저널리즘의 소도구인 ‘카더라~’마저 생략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그의 메시지 전달 행태가 따옴표 저널리즘 축에도 못 든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확인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채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가 언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작용 측면을 따져보면 언론의 새로운 형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 등 기타 1인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개개인이 손쉽게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덩달아 나타나는 폐단도 많아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더 악랄해진 따옴표 저널리즘의 준동이다. ‘카더라’의 남발도 문제인데 이제 그것마저 ‘취재’라는 미명 하에 생략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카더라(according to)’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심적 소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따옴표 저널리즘이 필요악이라는 평(評)에라도 기댄 채 존재가치를 유지해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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