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취업자 증가폭이 29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증가폭 감소 행진도 4개월째 지속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성·고령자 취업자가 늘어난데 반해 남성과 60세 미만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종합 정리하면 총량 증가도 주춤해졌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미미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늘어난 취업자 수는 21만1000명이었다. 29개월 만에 나타난 최소폭 증가다. 국내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들어 매달 30만~40만명 정도를 유지해왔다.

7월 취업자 증가세가 이처럼 둔화된 것을 두고 통계청은 집중호우 탓에 건설·농림 분야에서 일용직이 감소한 점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건설경기의 전반적 부진도 7월 고용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통계 당국은 취업자 증가폭을 감소시킨 데는 기저효과도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용호조로 비교 시점의 취업자 수가 비교적 많았던 점이 7월 고용 증가폭을 일정 부분 축소시켰다는 의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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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51만3000명 증가했으나, 일용근로자는 18만8000명, 임시근로자는 14만4000명 감소했다. 일용직 근로자는 2021년 1월(23만2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일자리 증가 현황은 7월 고용자 증가가 60세 이상 고령층에 의해 주도됐음을 보여준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취업자 증가폭은 29만8000명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 증가폭(21만1000명)보다 8만7000명이 더 많은 수치다. 이는 60세 미만 연령층에서의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만7000명 줄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실제로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3만8000명, 40대 취업자 수는 6만1000명 감소했다. 청년층에서는 9개월째, 40대의 경우 13개월째 취업자 감소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변화와 연관성을 지닌다. 따라서 연령대별 고용동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면 고용률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40대를 예로 들면, 7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명 이상 감소했지만 고용률은 거꾸로 증가했다. 올해 7월의 40대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78.9%다. 원인은 40대 인구의 감소다. 국내 40대 인구는 작년 7월 808만4000명에 달했으나 올해 7월엔 796만명으로 줄어들었다.

15~29세의 경우엔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동시에 줄어드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연령대에서의 고용률은 1년 전 47.7%에서 올해 7월 47.0%로 감소했다. 청년층 인구 감소에 비례해 해당 연령대의 전체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일하는 청년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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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연령층에서도 1년 사이 인구 감소(684만9000명→678만명)가 진행됐지만 고용률과 취업자 수는 동시에 증가했다. 7월 3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만1000명 늘었다. 이 연령대의 고용률은 77.5%에서 79.1%로 증가했다.

성별 분류에 의하면 남성 취업자 수가 3만5000명 감소한 반면 여성 취업자 수는 24만6000명 증가했다. 남성 취업자 수의 마이너스 전환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남성 취업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은 지난 4월 9000명, 5월 3000명, 6월 1000명을 기록하며 근근이 플러스를 유지해오다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원인으로는 수출 감소와 제조업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건설 경기마저 활력을 잃은 점을 꼽을 수 있다. 남성 취업이 비교적 활발한 도·소매업 분야의 성장 둔화도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취업자 수의 증가는 보건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고용 증가와 맞물려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전반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 또한 여성 취업자 증가 현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 취업자 증가폭은 줄었지만 고용률과 실업률은 역대 최고·최저 기록을 유지했다. 15세 이상 전연령대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한 63.2%를 나타냈다. 다만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앞서 언급한 대로 0.7%포인트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이자 통상 생산가능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의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높아진 69.6%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실업자는 80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만명 줄었다. 실업자 수는 2012년 7월 80만3000명 이후 7월 기준 최소치다. 실업률은 2.7%로 0.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동월 기준 최저치다. 청년층 실업률도 1년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한 6.0%를 기록하며 동월 기준 최하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부 및 통계 당국의 설명을 참고하면 향후 고용동향은 당분간 지금의 흐름을 유지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및 노인 주도로 취업자 증가폭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얘기다. 정부는 대면 서비스와 보건·복지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는 한편 건설업·제조업 분야에서는 고용 둔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성·노인 취업자와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엇갈리는 고용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전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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