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는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가 1.3%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지난 6월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추어 제시했던 전망치를 두 달 만에 재확인한 것이다. 11일 한경연은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경기 부진 흐름이 연내에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의 전망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5%는 물론 정부와 한국은행의 최근 수정 전망치 1.4%보다도 낮은 것이다. 어느 쪽 전망이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관전자 입장에서는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에 더 각별한 시선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나 한은, 국책 기관의 전망치엔 정책의지나 모종의 상황관리용 메시지가 배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의 전망은 연말이 가까워진 시점에 나온 최신 전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도를 높여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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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연구기관의 경제 전망이 대체로 냉정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경연의 성장률 전망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한경연의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와 동일하다. ADB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의 1.5%에서 1.3%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에 휩쓸렸던 1998년(성장률 -5.1%) 이래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그 사이 우리는 2009년 금융위기 속에서 0.8%,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0.7%의 성장 정체 또는 후퇴를 경험했다. 나머지 연도엔 최소 2%대 초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은 각 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과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줄기차게 내세워온 상저하고론에 대한 신뢰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경연은 이 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기 부진의 흐름이 연내에 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외부 변수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지금의 전망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한경연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예상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내수는 임금 상승률 정체와 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이 낮아져 민간소비가 부진해지기 때문에, 수출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한 탓에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내수 부문에서는 가장 비중이 큰 민간소비가 2.1% 늘어나는데 그치고 설비투자는 -2.3%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 차질 등으로 마이너스(-0.7%)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수출 부문 성장률 전망치는 0.1%였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하고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한경연 관계자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면서 그 여파가 미국 등으로 번진다면 우리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경연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 경제는 각종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줄어드는 듯 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제유가의 상승 흐름으로 다시 커지기 시작했고, 내부적으로는 장기간의 고금리와 경기불황이 맞물려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져가고 있다. 아직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상황도 금융리스크의 잠재요인으로 남아 있다.

당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심상찮은 국제유가 흐름이다. 수입원유 기준인 두바이유의 이달 첫 주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배럴당 85.75 달러로 올라갔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0달러가량 높아진 금액이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연말쯤 10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제반 상황들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회의를 품게 하는 측면을 지닌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점에 특히 중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단이다. 정부가 낙관론에 치우쳐 진단을 잘못 내린다면 맞춤형 대응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정책 당국이 민간 싱크탱크의 경고성 전망에도 마음을 두고 현실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거시정책 전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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