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대내외 악재로 고전중인 한국경제가 더 엄중해진 중국 리스크를 만났다.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어가는 조짐이 지표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어서이다.

글로벌 투자사들 사이에선 중국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UBS투자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올해 5%대 성장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디플레 압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경제성장이 멈춘 가운데 장기간 ‘잃어버린 세월’을 경험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최악은 면한다 해도 중국이 이전처럼 고도성장을 구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처한 어려움은 지표를 통해 일차로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데다 시장 전망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 4월의 18.4%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얼마나 급격히 축소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민간소비가 이처럼 부진하다는 것은 중국의 내수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식당가 모습. [사진 =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식당가 모습. [사진 =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소매판매는 리오프닝(코로나19로 취해진 봉쇄를 해제한 뒤의 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지난 3월 10.6%를 기록한 이래 5월까지 10%대 증가율을 기록했었다. 이 수치가 6월에 4% 아래로 내려가더니 7월 들어서는 3%선마저 무너져버린 것이다.

7월 산업생산 또한 시장의 기대(4.6%)를 밑도는 수준(3.7%)에 머물렀다. 이는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줄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런 상황에선 투자 감소가 동반돼 산업활동동향 전반이 부정적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7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진 5.3%를 기록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청년(16~24세) 실업률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4~6월 20%대를 유지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왔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21.3%로 집계됐다.

상황이 더 나빠진 탓인지 중국 통계 당국은 청년 실업률 집계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집계가 끝나 있을 7월 청년 실업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대 변화를 담보하지 못하는 기존의 통계방식을 ‘최적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일방적인 발표 중단 조치는 전체주의 색채가 짙은 중국이 아니고서는 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후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 중국 통계 당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이보다 큰 4.4%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올해 들어 축소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 6월 0%를 기록하더니 결국 마이너스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월별 CPI와 PPI 상승률이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팬데믹 와중에 휩쓸려 있던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디플레이션 논란은 이 같은 경제적 상황과 연결돼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제현상을 지칭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는 다시 생산 감소와 임금 인상 정체,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중국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과 국유기업인 위안양 등이 줄줄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질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글로벌화되고 있다. 언론에서 회자되는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란 말이 그 같은 우려를 함축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6일 만기가 돌아온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2억원)를 지불하지 못해 디플트 위기에 빠졌다. 현지 언론은 비구이위안이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 시점을 연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외에 중국내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분석을 낳으며 디폴트 우려를 키웠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자칫 도미노 디폴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경제에서 4분의 1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린다는 것은 중국 경제 전반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자산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림으로써 민간소비 등 내수 전반을 위축시키는 당장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지난 16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낮추었다. 각각의 인하율은 0.1%포인트와 0.15%포인트였다. 이 조치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됐다.

세계 각국은 최근 전개되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온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경제 불안이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제 불안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곳 중 하나가 한국이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중국의 리오프닝 부진 탓에 심각한 수출 감소를 겪고 있다.

반도체 경기 부진이 맞물린 결과이긴 하지만 우리의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를 보여왔다. 대(對)중국 수출이 1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온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은 25.9%나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과 총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9%와 19.6%였다.

중국의 경제동향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기존의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보다 큰 성장을 이뤄 목표 성장률(1.4%)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최근의 중국내 부동산 위기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추 부총리는 지난 16일 세종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중국의 부동산시장 불안이) 당장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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