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올 하반기엔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주택 가격이 올 초 저점을 찍은 뒤 상승 행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대체적 전망은 주택 가격이 향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하반기 하락 전망을 한 이는 교보증권의 백광제 수석연구원이다. 백 연구원은 30일 공개된 ‘월간 부동산’의 ‘투기의 시대, 상식적 판단이 필요’라는 글을 통해 그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백 연구원은 입주물량 증가와 역전세난의 영향이 불가피한 2023년 하반기가 시작됐다고 전제한 뒤 이런 요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주택 가격 하락을 초래할 요인으로는 국채와 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중심지 입주 물량 증가에 의한 연쇄 이주 및 역전세난 리스크 증가 등이 지목됐다. 백 연구원은 “실제로 신용 리스크 증가 등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시작됐고,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 인플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장기간 높은 상태에서 유지하도록 만들거나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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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수요자에게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주택 매수 시점도 제시했다. 입주 사이클과 역전세난을 고려할 때 그 시점은 수도권의 경우 올해 10월 이후 하락시, 서울은 내년 6월의 상당 기간 이후였다. 투자자가 매수에 나설 시점으로는 2025년 이후를 거론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주택 실거래가격지수가 반등한 것과 관련, 백 연구원은 초급매 소진에 의한 거래가격 상승과 시중금리 하락에 의한 투자 수요 증가를 원인으로 보았다. 그는 9월은 양도세 면제 대기 매물 등이 증가하는 시기임을 지적하면서 “청약시장 분위기와 달리 수도권 매물이 작년 고점을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지수 상승이 실수요 때문인지 전매제한 해제에 따른 투자수요 증가 때문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곧 실수요 증가에 의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는 아닌 것 같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 또는 하락의 방향성은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는 9월부터 정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서울·수도권에서 증가하고 있는 경매 건수와 준공후 미분양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상승을 나타내는 조사 자료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미분양이 여전히 넘쳐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초기 미분양 물량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는 수도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주택 가격의 방향성에 대해 상식적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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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주택 가격 동향이 추세적 상승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배 연구원은 “주택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겠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금의 부동산 가격 흐름이 추세적 반등인지 여부는 보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매가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심리적 요인이 아파트 가격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에 더해진 정부의 우호적 대출정책이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30대 이하의 매수세가 부동산 시장에 많이 유입됐음을 지적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 건수 20만3000건 중 31.3%가 30대 이하 연령대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 연구원은 시세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로는 금리 수준이 높다는 점, 부동산 개발 및 분양·매매 시장이 연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02% 상승했다. 지난 2월 2.1%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에 해당한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의 작년 말 대비 상반기 누적 상승률은 9.99%에 이른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았던 해는 2009년(17.84%)과 2021년(10.1%) 뿐이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상승률은 작년 하락분(-22.24%)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부동산 실거래가격지수는 특정 연도를 100으로 설정해 만든 지수로 실제 거래된 사례를 기반으로 산출된다. 실제 거래분을 대상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지표보다 신뢰도가 높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요즘처럼 거래가 많지 않은 때는 특정 몇몇 사례에 의존해 지수를 산출해야 하는 만큼 왜곡된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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