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반 여건이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성되어가고 있어서이다.

주담대 금리 상승의 기본 원인은 은행들이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때 드는 비용, 즉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에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얹은 값으로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이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 국내 은행들의 주된 영업 방식이다. 은행들이 돈장사에만 치중하는 행태는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돼왔지만, 지금도 국내 은행권의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내외에 이른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노린 영업은 원리상 상점이 물건을 도매값에 사온 뒤 일반 고객들에게 이윤을 붙여 소매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것과 같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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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을 계량화하기 위해 코픽스라는 것을 개발했다. 주담대 대출에 사용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이 돈을 빌릴 때 적용된 각각의 이율을 가중평균 방식으로 종합해 산출한 것이 곧 코픽스다. 코픽스 금리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은행들의 자금 동원 관련 자료들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하나은행 등 8개 시중은행들로부터 수집된다.

코픽스 금리 산출을 위한 자료들 중엔 은행들이 유치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물론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금융채 등의 금리가 두루 포함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들 각각의 자료에 적정한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을 낸 뒤 코픽스 금리를 산출한다. 매달 한 번씩 조정되는 코픽스 금리는 은행연합회에 의해 그때그때 공시된다.

코픽스는 전달 신규로 가입받은 금융상품들의 금리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신규취급액 기준과 이미 가입받은 금융상품의 전월 말까지 쌓인 잔액 전체를 기반 삼아 산출되는 잔액 기준으로 나뉜다. 어느 것을 기준 삼느냐에 따라 주담대 대출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이들 외에 2019년부터 새로 만들어진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라는 것도 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 자금 등이 추가로 고려돼 산출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지난 16일에도 전달(9월) 코픽스 금리를 종류별로 발표했다. 골자는 신규 취급액 기준은 8월보다 0.16%포인트 높은 3.82%, 잔액 기준은 전달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3.88% 등이라는 것이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3.29%였다.

은행들은 이 같은 코픽스 금리에 금융서비스 수수료와 개인별 신용도에 따른 리스크 비용 등을 고려한 추가 이율을 덧붙여 개개인에 대한 주담대 금리를 결정한다. 간단히 말해 코픽스 금리는 주담대용 기준금리라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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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춤했던 코픽스 금리는 9월뿐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려가고 있는 점이 그 이유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5%대의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의 만기가 연말 무렵 대거 도래한다는 사실과 연결돼 있다. 은행들로서는 고금리 정기예금 가입자들이 연말에 현금 인출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하려면 채권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다시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자금조달 비용을 덜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채는 지난 6월 이래 줄곧 순발행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월간 은행채 신규 발행 액수가 상환액을 능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도 은행채 발행 한도에 유연성을 두기로 함에 따라 순발행 기조는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으로서는 은행채 발행을 섣불리 규제했다가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예금 금리가 오르면 뒤이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한다. 은행채의 대량 발행은 채권 가격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는 곧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는 서로 역방향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상승은 그 자체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리고, 그 여파로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예금 금리가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담대 금리 상승을 예견케 하는 요인이다. 예금 금리 상승 또한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늘리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9월 코픽스 금리가 전달보다 오르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9월 코픽스 공시 다음날인 이달 17일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하는 주담대 변동금리를 기존의 4.44~5.84%에서 4.60~6.00%로 높였다. 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기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비슷한 폭으로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기반의 주담대 변동금리를 4.53~5.73%에서 4.69~5.89%로, 신잔액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를 4.58~5.78%에서 4.60~5.80%로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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