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내 산업의 활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일제히 플러스를 기록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지표가 9월 들어 모두 플러스를 나타낸 것이다. 이들 3대 지표의 동반 플러스 기록은 4개월만에 재연됐다. 이는 국내 경기가 서서히 회복돼 간다는 기대를 낳게 하는 조짐이다.

3대 지표 중에서도 생산 호전 흐름이 나타난 배경엔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경기가 메모리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 경기 회복은 수출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해당월엔 전(全)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관련 지표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들 3대 산업활동 지표가 일제히 플러스를 나타내기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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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3.1(기준연도 2020년 = 100)로 전달보다 1.1% 늘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0.8%를 기록한 뒤 8월에 2.0%로 플러스 전환된 것을 포함, 두 달 연속 플러스 상태를 이어갔다.

산업생산은 광공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 업황이 호조를 보인데 힘입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9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1.8%로 집계됐다. 이중 제조업은 1.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광공업 전반의 생산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제조업 생산을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12.9% 늘었다. 8월 13.5% 증가한 것을 포함해 두 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중에서도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9월 반도체 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7%를 나타냈다. 반도체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흐름이다.

반도체의 업황 개선 조짐은 31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57% 감소한 2조4336억원이었다. 전체 이익 감소는 DS(반도체) 부문에서 3조7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DS 부문 적자 규모가 올해 1분기(4조5800억원)나 2분기(4조3600억원)보다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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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비와 석유정제 등에서의 생산도 각각 전달보다 5.1%, 14.6% 늘었다. 반면 자동차가 7.5%, 의약품과 1차금속은 각각 13.1%, 4.8%의 생산 감소를 나타냈다.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보다 10.4%포인트 줄어든 113.9%를 기록했다. 생산 증감 결과를 방증하듯 반도체(-6.7%)와 기계장비(-9.0%)에서의 재고 감소가 눈에 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예술·스포츠·여가(-4.2%)와 정보통신(-0.7%) 등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도소매(1.7%), 숙박·음식점(2.4%) 등에서 생산이 늘어난 것이 이 부문 전체 성장률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건설업과 공공행정도 각각 2.5%,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광공업(1.8%)과 서비스업(0.4%)을 포함한 생산 부문 4대 업종 모두가 플러스 기록을 남기게 됐다.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공공행정 등 4대 업종의 전년 동기 대비 생산 증가율은 차례로 3.0%, 2.2%, 14.5%, -0.6%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공공행정에서만 생산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광공업과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거론한 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3분기 들어 회복세가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소비와 투자 관련 지표들도 전보다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소매판매는 7월(-3.2%)과 8월(-0.3%)보다 개선돼 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판매 증가를 이끈 것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3%)였다. 반면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2.3%)와 의복 같은 준내구재(-2.8%)에서는 판매 감소가 확인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비내구재 판매가 0.4% 늘어난 대신 의복 등의 준내구재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는 각각 7.9%, 2.9% 감소했다.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8.7%, 건설기성은 2.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투자 증가는 기계류(7.3%)와 운송장비(12.6%) 부문에서의 호조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설비투자가 아직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99.3을, 향후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99.4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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