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정책금리가 지금(5.25~5.50%)보다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이어 동결하면서 온건한 메시지를 발한 것이 원인이었다.

연준은 이날(한국시간 2일 새벽)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다. 이로써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2.00%포인트(상단 기준)로 유지됐다.

이번 결정으로 연준 기준금리는 지난 9월 회의에 이어 두 번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연준은 지난 6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한 단계 올린 뒤 9월 회의부터는 동결 결정을 연이어 내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이 기준금리 의결보다 더 크게 관심을 둔 것은 회의 직후 발표될 연준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둘 중에서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향후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보다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준 성명의 첫머리는 비교적 강경한 어조를 담고 있었다. 3분기 경제활동이 강한 속도로 확장됐고 고용 증가세도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으며 실업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긴축 강화 필요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성명은 이어 장기적 인플레이션 관리 목표가 2%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그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연방 기금금리를 동결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만으로도 물가관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성명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일부 열어두긴 했다. 고용 최대화와 물가관리 목표 2% 달성을 위해 노력하되 이를 방해하는 위험이 나타날 경우 적절히 통화정책 스탠스를 조정할(adjust)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종합하자면, 지금으로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적절하지만 향후 위험요인 등장 시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은 성명보다 온건했다는 평을 들었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여건이 긴축됐다”고 말했다. 그리곤 “우리들이 묻고 있는 질문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 필요성에 회의적 시각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점도표 내용에 대해서도 더 이상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투의 발언을 했다. 점도표 내용을 두고 특정 시점에 연준 위원들이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6월과 9월 공개된 점도표엔 올해 말이면 연준 기준금리가 중간값 기준으로 5.6%에 도달할 것이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점도표는 작성 시점에 연준 위원 각자가 예상하는 미래의 기준금리 수준을 나타내주는 점 그래프다. 그런 만큼 작성 시점에 따라 전망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점도표 내용에 대해 파월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간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점도표 내용이 자신들이 하려는 것과 같지는 않다는 점을 설명한 뒤 “점도표 효과는 9월 회의와 12월 회의 사이에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12월의 올해 마지막 FOMC 회의에서 점도표가 다시 작성되면 거기에 표시될 기준금리 전망치가 이전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미 국공채 수익률 상승이 금융여건을 긴축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제시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시장에 긴축 효과를 내주는 바람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시사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상황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변화 요인으로는 미 국공채 수익률 상승 외에 미국 내 물가 상승률 둔화를 꼽을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개의 물가 상승률 공히 느리지만 꾸준히 둔화하는 흐름을 나타내주었다. 이런 흐름이 연준으로 하여금 기준금리를 동결한 채 상황을 지켜보도록 유도한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2일 오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가 12월 FOMC 회의에서도 동결될 확률은 80.0%였다. 나머지 20.0%의 확률은 연준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아져 5.50~5.75%에 이를 것이라는데 맞추어져 있었다. 내년 1월 FOMC 회의 때까지 기준금리가 5.25~5.50%를 유지할 확률은 73.4%로 집계돼 있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연준의 이달 통화정책 회의 결정 내용이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을 내놓았다. 회의를 주재한 이상형 부총재보는 연준 FOMC 회의 결과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파월 의장이 긴축기조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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