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전망치인 270억 달러에 수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판단은 9월 경상수지가 54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 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당월까지 경상수지는 5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는 지난해 3~7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은 10월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경상수지 흑자로 올 들어 집계되는 월간 경상수지는 지난해와 반대로 ‘상저하고’ 양상을 띠게 됐다. 한은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초 월별 경상수지는 1월 42억1000만 달러 적자를 낸 데 이어 2월에도 5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월엔 1억6000만 달러의 미미한 흑자를 냈으나 4월엔 다시 적자(-7억9000만 달러)로 돌아섰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5월 들어 또 한 번 흑자(19억3000만 달러)로 방향을 전환하더니 다달이 58억7000만 달러, 37억4000만 달러, 49억8000만 달러, 54억2000만 달러 순의 흑자를 기록해왔다. 9월까지의 이 같은 실적에 따라 올해 10~12월 기간 중엔 월평균 35억 달러 정도의 흑자만 나와 준다면 한은이 전망하는 연간 경상수지 전망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165억8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7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6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올해와 달리 경상수지가 하반기에 부진한 양상을 띠면서 연간 298억3000만 달러 흑자 기록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상수지는 2013년 772억6000만 달러 흑자를 낸 이래 2019년(+596억8000만 달러)을 제외하곤 줄곧 700억 달러대 이상의 흑자폭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간 뒤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한 결과로 얻어낸 수지 상황을 의미한다. 국가 간 상거래에서 주고받은 돈(달러 기준)의 차액이 그에 해당한다. 덜 주고 더 받았다면 경상수지는 흑자로 기록된다. 따라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냈다는 것은 우리가 외국과의 상거래에서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자료 = 한국은행 제공]
[자료 = 한국은행 제공]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 대외 지불 능력은 물론 투자여력도 커지기 마련이다. 국민소득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나아가 외환보유고를 늘려 환란이 닥쳤을 때엔 유연하게 대처하며 위기를 어렵잖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9월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다소나마 회복세롤 보였고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수입액을 크게 줄여준 데 힘입은 바 크다. 구성요소별 분류를 살펴보았을 땐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된 점이 경상수지 흑자를 키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9월 상품수지는 74억2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상품수지 흑자 기조는 6개월째 이어졌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보다 작았던 것은 서비스수지가 31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키는 데 주로 기여한 것은 여행수지(-9억7000만 달러)였다.

9월 상품수지 흑자가 전년 같은 달(+7억5000만 달러)보다 크게 증가한 배경엔 대폭적인 수입액 감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9월 중엔 수출(556억5000만 달러)도 1년 전보다 2.4% 줄어들었다. 그러나 수입(482억3000만 달러)은 그보다 큰 폭(14.3%)으로 줄어 결과적으로 상품수지를 개선시켜주었다.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국제유가가 비교적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 수입액을 크게 줄여주는 작용을 했다.

9월 중 원유 수입액 하락률은 16,2%에 달했다. 기타 에너지원인 가스와 석탄 수입액 규모도 각각 63.1%, 37.0% 감소했다. 비록 줄어들긴 했지만 감소폭을 좁혀준 수출도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반도체(-14.6%)와 화학공업제품(-7.3%) 등은 아직 불만족스러운 가운데서도 수출 실적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승용차(+9.1%) 수출 호조 또한 상품수지 흑자에 기여했다.

서비스수지는 31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작년 9월(-9억8000만 달러)은 물론 지난 8월(-15억7000만 달러)보다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여행수지가 10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면서 서비스수지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달(-11억4000만 달러)에 비하면 적자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엔 반도체 회복, 자동차 수출 호조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추후 경상수지 흑자가 3분기보다는 줄겠지만 연간 전망치인 270억 달러엔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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