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9일부터 일부 산업용에 한해 전기료가 인상된다. 산업용 중에서도 중견·대기업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산업용 을)만 선별적으로 오른다. ‘산업용 을’은 다시 전압에 따라 둘로 나뉜 뒤 kWh당 요금이 고압A(3300~6만6000V)는 6.7원, 고압B(154kV)와 고압C(345kV)는 13.5원 인상된다.

‘산업용 을’ 전기료의 kWh당 평균 인상폭은 10.6원이다. 반면 나머지 전기 사용 그룹에 대해서는 기존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과 일반 가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행 전기요금 부과체계는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주거용(가정용)과 일반용(상업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산업용 일부가 이번 요금 인상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됐다. 요금 인상 대상은 전체 수용집단의 0.2%(약 4만2000곳)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주로 대기업을 겨냥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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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는 부문의 전기 사용량은 우리나라 전체 사용량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그 비율이 48.9%나 된다. 이들 소수 집단이 지난해 기준 국내 총사용량 54만7933GWh 중 26만7719GWh의 전력을 소모했다.

총사용량의 절반을 쓰는 그룹에서 kWh당 요금이 평균 10.6원 인상됐다는 것은 전체 수용집단의 평균 인상폭이 5원 남짓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를 토대로 정리하자면 올해 들어 kWh당 국내 전기요금은 모두 26원 남짓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 2분기에 오른 전기요금 평균치가 각각 13.1원과 8원이었고, 이번에 추가된 전체 평균 인상폭이 5원 남짓이었다는 점이 그런 산술적 분석의 배경이다.

앞서 한국전력과 정부는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올해 전기요금 최소 인상액이 kWh당 51.6원이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인상 조치로 인해 누적된 올해 전기요금의 평균 인상액은 26원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올해 올려야 할 규모의 절반 정도만 인상하는 것으로 전기료 조정을 마무리하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향후에도 국제 에너지가격 동향과 환율 추이 등을 감안해 전기요금 추가 조정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3분기를 건너뛰었고, 4분기 들어서는 범위를 최소화해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더 이상의 요금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분석일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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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2024년 상반기까지 전기료 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해진다. 이번의 요금 인상 조치를 두고도 정치적 고려가 스며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전기요금을 두고 ‘정치요금’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런 불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 스스로 한전의 검토 내용을 수용해 필요한 최소 인상폭을 공표해놓고 그 절반 정도만 인상하도록 했으니 그보다 더한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전기료 인상 조치로 한전의 재정 상황은 다소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호전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한전의 내년 매출은 기존 전망치보다 2조8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다소 개선돼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흑자 전환으로 소규모 이익을 낸다 해서 한전의 재정상황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2021년 이후 누적적자 47조원,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부채 201조원, 하루치 이자 수십억원 등등의 난제가 해소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는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마진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전 경영정상화는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표심과 당장의 불만이 두려워 행하지 않고 있을 뿐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 답은 두부값(전기료)을 콩값(전기생산 원가)보다 높게 매기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단서를 붙인다면 한전으로 하여금 콩값을 최대한 낮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방만 경영에 대한 엄격한 교정과 불요불급한 자산의 매각 등이 그 실천방안이라 할 수 있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전 이사회 결정 내용을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심의·의결하는 현행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전기요금이 정치적 고려 없이 결정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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