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깜짝 발표로 촉발된 ‘메가서울’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이 ‘메가서울’ 구상을 디밀며 ‘장군’을 외치니 야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호선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카드로 ‘멍군’을 부르고 나선 것이다.

그야말로 도긴개긴이다. 내부 검토를 해왔다지만 ‘메가서울’ 구상을 총선 목전에 발표한 여당이나, 경천동지할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찬반 의견조차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예타 면제 카드를 들이민 제1야당이나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무책임의 정도로 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난형난제다. 국민이 낸 혈세를 내 돈 아니니 앞뒤 계산 없이 함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이들 정당의 행태가 더욱 고약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건 그 속에 배어 있는 포퓰리즘 탓이다. ‘메가서울’ 구상이나 ‘예타 면제’ 카드나 노리는 건 오직 하나, 표심뿐이다. 이런 분석이 아니고서는 엄청난 세금 투입을 요함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각자의 구상을 밀어붙이려는 양당의 무모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여나 야나 자신들의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의문이 있다. 두 사안은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고 중장기 과제들로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있어야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은 난데없이 구상을 공개한데 이어 제각각 실행에 옮기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여당이 민감한 시기에 불쑥 ‘메가서울’ 구상을 꺼내든 것부터가 석연찮았다. 이 구상은 그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지방 분권 논의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쌩뚱맞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미국 뉴욕이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의 면적과 인구수를 예시하며 메가시티 전략 운운하는 것은 맥락이 닿지도 않거니와 견강부회의 느낌까지 안겨주었다. 수억 또는 십수억 인구를 지닌 나라들을 고작 인구 5000만의 우리와 직접 비교하는 것부터가 억지스러운 일이었다. 서울 및 수도권에 인구와 부의 절반이 몰려있다는 사실은 아예 묵살된 채로였다.

뜬금없기로 치면 민주당의 5호선 연장사업 예타 면제 구상도 ‘메가서울’ 구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강행해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이상의 접경지역을 포함한 대도시권 광역철도시설의 확충사업을 할 때 예타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사업의 예타를 면제해주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방화역을 서쪽 종착점으로 삼고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골드라인 중간역인 장기역까지 연장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검단신도시 경유안은 애초에 인천시가 요구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당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시켜 ‘메가서울’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데 대해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정략적 행동이었다. 5호선 연장사업 예타 면제 시도는 여당의 ‘메가서울’ 구상을 무력화시키면서 김포시민들의 표심을 자신들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일거양득이자 꽃놀이패로 여길 수도 있는 카드라 할 만하다. 민주당은 이 법안의 연내 처리를 주장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5호선 연장 사업 예타 면제는 국민의힘에게는 곤혹스러운 주장일 수 있다. 반대하자니 김포 시민들의 표심 이탈이 우려되고 찬성하자니 명분도 없는 야당의 불합리한 구상을 따라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런 식으로 법을 개정하다 보면 사방에서 예타 면제 요구가 제기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국가재정법이 누더기가 될 게 뻔하다는 사실이다.

여당은 일단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가 재정을 파탄내는 입법 폭거”라는 원색적 비난도 여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야당의 예타 면제는 여당의 느닷없는 ‘메가시티’ 구상이 촉발시킨 대응책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총선을 앞두고 표심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양측 모두의 얄팍한 생각들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당이 벌이는 행태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망국병이라 할 포퓰리즘이다.

빤한 포퓰리즘은 노림수와 달리 오히려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역대 총선 결과가 말해주고 있듯이 유권자들은 늘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왔다는 사실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유권자들의 현명함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제라도 포퓰리즘을 스스로 배제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