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우울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들어 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인식이 한 달 전보다 오히려 악화됐음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세부 조사 내용도 낙관적이지 못했다. 가계수입은 6개월 뒤에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했고,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은 3.4% 정도에 머물 것이란 소비자 전망이 도출됐다.

이 같은 내용들은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우선 주목되는 지표는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대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이 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따로 끄집어내 종합한 뒤 산출해낸 지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11월 CCSI는 97.2로 집계됐다.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우선 수치 자체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수는 100보다 클 경우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 기대심리가 과거(2003년~전년 12월)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을 경우에는 비관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1월 지수가 97을 갓 넘겼다는 것은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임을 말해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지수의 월별 추이다. 월별 SSCI는 지난 7월만 해도 103.2를 기록했으나 8월 103.1, 9월 99.7, 10월 98.1로 내리막을 달리더니 11월엔 전달보다 0.9포인트 더 내려앉았다.

10월과 비교했을 때 11월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CSI) 중에서 세 개가 하락했다. 그 셋은 소비지출전망(111)과 현재경기판단(62), 현재생활형편(87)이었다. 각 CSI의 하락폭은 차례로 2, 2, 1포인트였다. 나머지 세 개 지수인 생활형편전망(90)과 가계수입전망(98)은 전월과 같았고, 향후경기전망지수(72)는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율은 지난 7~9월 3.3%롤 유지했으나 10월에 3.4%로 높아진 뒤 11월에도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대변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였다.

향후 소비자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전망은 실제로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 고물가를 예상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강화하게 되고, 그 여파로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2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겼다는 것은 1년 후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지수는 전달보다 6포인트 내려감으로써 내년 말 주택가격 상승을 점치는 사람들이 전달보다는 줄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이 지수는 올 들어 10월까지 꾸준히 상승하더니 9월 110을 기록한 이후 점차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거래량도 줄어든 가운데 대출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수준전망지수도 전달보다 9포인트 내려가 119를 나타냈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 수가 하락을 예상한 사람 수보다 많으면 100을 웃도는 것으로 표시된다.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도시에 있는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