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우리 경제가 올해 내내 국내외로부터 쏟아진 비관적 전망을 딛고 연간 성장목표 달성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3분기 성장률이 그런대로 나와 준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은 0.6%(잠정치)였다.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와 동일하다.

이로써 우리 경제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온갖 비관적 추측에도 불구하고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올해 연간 성장률은 목표치인 1.4%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성장률 1.4%는 한은과 정부가 공히 설정한 전망치다. 사실상 목표치라 할 수 있다.

목표 달성 여부를 가를 남은 변수는 4분기 성장률이다. 산술적으로는 4분기에 전기 대비 0.7%의 성장을 이뤄야 연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우리 경제는 올해 들어 1분기에 0.3%, 2분기에 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사진 = 연합뉴스]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3분기 성장률 집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올해 연간 성장률이 1.4%가 될 가능성은 속보치 발표 시점(10월 26일)보다 소폭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성장률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장의 질이 괜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3분기 상황을 돌아보았을 때 순수출과 내수, 정부와 민간의 GDP 기여도가 모두 플러스를 나타냈다고 설명하면서 한 말이었다. 요인 즉 GDP를 구성하는 항목들에서 고르게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수출의 경우 아무리 증가율이 높게 나오더라도 순수출(수출-수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이 부문에서의 GDP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성장의 질이 좋아졌다는 것은 경제 규모가 안정적 기반 위에서 성장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돌발 호재에 의해 어느 한 부문이 기여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성장의 질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입에 올렸던 표현이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및 제조업 경기 침체 속에 성장둔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썼다. 시 주석의 말은 중국 경제 성장의 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었다.

최 부장은 한국경제 성장이 질이 좋아졌다는 분석의 구체적 근거로 10월 속보치 발표 당시보다 설비투자와 정부소비 성장률이 각각 0.5%포인트와 0.2%포인트 상승한 점을 들었다. 이들 부문의 동반 성장이 연간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해주었다는 뜻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최 부장은 민간소비 부문에서도 개인 신용카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소비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수출과 관련해서도 그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고 있고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도 완화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추고 수출과 생산이 2개 분기 연속 증가한 점을 고려할 때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음식숙박과 오락문화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3%,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가 늘어난 덕분에 0.2%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2.1% 늘었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줄어 2.2%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3.4% 증가한 반면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2.3% 늘어나는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농림어업이 1.5%, 제조업은 1.4% 증가했다. 제조업 증가를 이끈 것은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이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 증가율이 3.3%를 기록해 비ICT 제조업 증가율(0.9%)을 압도한 점이 눈에 띄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 및 토목건설 중심으로 2.3%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 가스 및 수도사업은 0.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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