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여성 노동력만 제대로 활용해도 1인당 소득과 잠재성장률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선진국 그룹 중 유별나게 성별 격차가 심한 국가라는 지적과 함께 제기된 충고성 제언이었다. 새로울 게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적극 수용하고 실천해야 할 현실적 방안이라 할 만하다.

한국은 선진국이면서도 비교적 성차별이 심한 나라로 남아 있다. 문화적 특성 탓이겠지만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미미한 편이다. 이를 거꾸로 표현하자면, 그만큼 활용되지 않은 채 사장된 여성인력이 많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여성인력 활용을 적극 권고한 이는 한국을 찾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다, 여성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경제와 여성의 권한 확대’를 주제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 특별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 = 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 = 연합뉴스]

그는 한국이 성별에 의한 근로시간 격차만 다른 국가들 평균 수준으로 줄여도, 1인당 소득을 18%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은 선진국 중 성별 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라고 전제한 뒤 “일하는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18% 적고, 여성 임금은 남성의 것보다 31% 적다”고 소개했다.

이어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여성 노동인구가 늘면 한국 등 선진국들의 공통된 문제인 경제활동인구 정체 및 감소 추세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주장과 함께 여성인력 활용의 성과들을 예시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그는 성별 다양성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부실 대출 비율이 낮고, 재무 안정성은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여성 지도자가 많아지고 성별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질 경우 해당 조직의 성과가 더 높아진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그러면서 ▲일과 가정에 대한 책임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직접적 지원 ▲유연한 노동시장 조성 ▲사회적 관습 개선 등을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실제로 여성인력 활용은 우리나라가 2%선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1인당 소득을 향상시켜줄 가장 현실적이고도 유용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질 높은 여성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사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점도 그것의 내재된 가치가 얼마나 큰 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양질의 여성 인력을 묵혀둔 채 생산가능인구 감소 현상을 개탄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지적은 이런 현실에 대한 질타라 할 수 있겠다.

통계청 자료(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해당월 현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4531만8000명이다. 이중 남성 취업자는 1605만5000명이고 여성 취업자는 1264만3000명이다. 15세 이상 인구수로는 여성(2301만6000명)이 남성(2230만4000명)보다 많지만 여성 취업자 수는 남성 취업자보다 21.3%나 적음을 알 수 있다.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까지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를 성별로 집계해 봐도 비슷한 비율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저조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고령화의 빠른 진행 탓에 심각한 노동인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고령 인력 활용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역시 널리 잠재돼 있는 양질의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천 방안도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이미 제기돼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권고는 그간 제기돼온 전문가들의 제안을 뭉뚱그려놓은 데 불과하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여러 실천 방안 중에서도 특히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이 가사와 직장 업무의 양립이 가능해지도록 사회 규범을 손질하는 일이다. 여기엔 남녀 구분이 없어야 한다. 가사 자체가 이미 남녀의 공동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그런 논리의 배경이다.

가사와 직장일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작업은 혁신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획기적이어야 한다. 과거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대대적 보급이 여성의 가사 부담을 덜면서 직장일과의 양립을 가능케 한 것 못지않을 정도로 크게 사회규범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라 할 수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