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나라의 신혼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으려고 하는 이유가 높은 집값에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몇째 아이냐에 따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 작용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언제나 집값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3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정책 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국토연의 박진백 부연구위원과 권건우 전문위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를 출산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들로는 집값과 전년도 출산율, 사교육비 등이 지목됐다. 다만, 첫째와 둘째, 셋째 자녀를 낳을 때의 요인별 작용 정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우선 첫째 자녀 출산시엔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 중 주택가격(매매·전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나 됐다. 세 가지 요인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년도 출산율과 사교육비가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각각 27.9%와 5.5%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들 요인은 둘째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각각의 비율은 조금씩 달라졌다. 이 경우엔 주택가격 요인의 비율이 28.7%로 다소 낮아진 반면 전년도 출산율과 사교육비의 비율은 각각 28.4%, 9.1%로 더 높아졌다.

셋째 자녀 출산시엔 주택가격 요인의 비율이 27.5%로 또 한 번 줄어들었으나 사교육비가 영향을 미치는 비율은 14.3%로 크게 올라갔다.

이를 종합분석하면 높아진 집값이 모든 자녀 출산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둘째와 셋째를 낳으려 할 때 느끼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첫째 출산을 결심할 때보다 급격히 커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 정도와 관련, 보고서는 첫째 출산시엔 초등학교 사교육비에 대해, 둘째와 셋째 이상 출산시엔 고등학교 사교육비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낀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보고서는 2009~2022년 출산율과 주택 및 전셋값, 사교육비, 경제성장률, 실업률, 1인당 소득 증감률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등을 활용해 출산율 결정 요인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택 부분 정책지원이, 둘째 이상 자녀를 출산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대한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연은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첫째 자녀 출산이 늘어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보고서엔 미래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한 연구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작용 비율은 전년도 출산율과 집값,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첫째 자녀의 경우 3년 뒤(2025년)까지의 미래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 작용 비율은 전년도 출산율 76.2%, 집값 16.7%,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3.9%, 사교육비 1.5% 등이었다.

둘째 자녀의 경우엔 각 요인들의 작용 비율이 전년도 출산율 59.8%, 주택가격 16.0%,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12.8%, 사교육비 6.4% 등이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장·단기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는 제언을 밝혔다. 단기적으로 출산율 1명 회복을, 중장기적으로는 2.1명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단기 과제로는 첫째 출산을, 중장기 과제로는 둘째 출산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78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 상태에 처해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특정 시점에서 생산가능연령(주로 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말한다.

이 수치가 0.78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구가 점점 줄어 결국 국가가 소멸되는 지경이 이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유엔은 인구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수준을 2.1명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을 인구대체수준이라 칭한다. 인구대체수준을 2.1명으로 정의한 배경에는 사망과 이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자들은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우선은 1명 회복을 목표로 삼은 뒤 장기적으로는 그 목표 수준을 2.1명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또 첫째와 둘째, 셋째 자녀 출산 모두에 있어서 주거안정이 핵심적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음을 강조함으로써 상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