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나라의 작년 경상수지 실적이 한국은행 전망치를 여유 있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집계 당국인 한은은 12월 경상수지 성적이 최소한 11월 이상일 것이라는데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은이 9일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 발표를 통해 공개한 작년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0억6000만 달러였다. 12월 수지가 이 이상을 나타낸다면 지난해 우리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목표치인 300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선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월까지 50억 달러 이상의 누적 적자를 보였으나 5월 19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이후엔 줄곧 30억 달러대 이상의 월별 흑자를 유지했다. 그 결과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274억3000만 달러 흑자를 마크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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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은이 전망하는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 300억 달러에 25억7000만 달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상저하고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경상수지 흐름과 한은의 지난달 경상수지 전망을 고려할 때 연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자료는 이미 나와 있는 작년 12월 무역수지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약 44억 달러 흑자(통관기준)를 기록했다. 여기에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보인다 해도 12월 경상수지는 11월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낙관론의 근거는 최근 들어 뚜렷해진 수출 회복세와 그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이다. 이날 한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1월에 40억6000만 달러(약 5조3300억원)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기조는 7개월째 이어졌다.

경상수지 개선을 주도한 것은 상품수지였다. 작년 11월 상품수지는 70억1000만 달러 흑자였다. 2022년 11월의 상품수지가 10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던 것에 비하면 80억 달러 이상 개선된 결과다. 작년 상품수지는 4월 이래 8개월째 흑자 흐름을 나타냈다. 게다가 11월 흑자폭은 전달(53억5000만 달러)보다 확대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상품수지 개선을 주도한 것은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반도체, 지역별로는 중국이었다. 작년 11월 수출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7.0% 증가해 56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 중에서는 승용차(+22.9%)와 반도체(+10.8%)의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은 2022년 7월(+2.5%)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반도체 수출은 아직 한은 경상수지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작년 12월치에서도 19.1%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향후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 기술산업의 활황을 업고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 11월의 수출 증가와 상품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한 지역 중 하나는 중국이었다. 집계상 11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두드러진 곳은 미국(+24.7%)과 동남아(+11.7%), 일본(+11.4%) 등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수출 감소세가 2022년 11월 -25.2%에서 작년 11월엔 -0.2%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임으로써 우리 상품수지의 상대적 개선을 가능케 해주었다. 중국은 작년 11월 수출액에서도 1위를 차지한 국가다. 작년 11월 대중국 수출액 규모는 미국(109억5000만 달러)보다 많은 113억6000만 달러였다.

수입 감소 또한 상품수지 및 경상수지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다. 작년 11월 수입은 1년 전보다 8.0% 감소한 49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됨에 따라 해당 품목의 수입액이 줄어든 점이 수입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원자재 중 가스와 석탄, 원유 수입액 감소율은 각 45.1%, 40.1%, 2.7%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장비(-28.2%), 반도체(-23.9%), 승용차(-26.3%), 곡물(-23.4%) 등의 수입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수지가 개선된 것과 달리 서비스수지는 오히려 악화돼 작년 11월엔 21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의 적자 규모는 7억4000만 달러였다. 이처럼 서비스수지가 악화된 배경엔 여행수지 적자(12억8000만 달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작년 10월 27억7000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본원소득 수지는 11월 들어 1억5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작년 12월 경상수지가 11월 집계치 이상은 나올 것”이라며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한은의 전망을 무난히 상회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부장은 올해의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지만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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