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지난 주 A씨는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소유중인 ‘파킹통장’의 예금 금리를 조만간 하향조정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새 금리 적용시점은 다음달 1일이었고 금리 인하폭은 0.5%포인트였다. 비교적 금리가 높다는 말에 A씨가 지난해에 가입한 이 파킹통장의 현행 금리는 2.6%다.

‘파킹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을 지칭한다. ‘파킹’이란 차를 잠시 주차하듯 돈을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예치해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통칭이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크게 내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월례 공시를 통해 코픽스 집계치가 전달보다 하락했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12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전달 대비 0.16%포인트 하락한 3,84%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새로 공시된 코픽스는 그 다음날인 16일부터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 등에 적용됐다. 코픽스는 NH농협과 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에 적용된 가중평균금리다. 이를테면 은행들이 대출 등에 쓰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약정한 각각의 이율을 가중평균 방식으로 산출해낸 금리라 할 수 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는 지표인 셈이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수단은 정기예금, 정기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금융채 등으로 다양하다. 은행들은 이들 각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데 그 비용은 대출금에 붙이는 이자를 통해 보전된다. 물론 대출 이자에는 자금 조달 비용 외에 가산금리와 금융 서비스 수수료 등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예대마진이다.

코픽스 금리의 하락 전환은 시장금리의 하향세를 반영한다. 이는 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향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도표 = 은행연합회 제공]
[도표 = 은행연합회 제공]

시장금리는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속성을 지닌다. 동시에 기준금리 흐름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려는 속성도 함께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시장금리 동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은행채 금리 또한 한은 기준금리의 향배를 예상하고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나타나고 있는 것이 은행채 금리의 하락 흐름이다.

최근 은행채 1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의 금리는 3.5%대로 내려갔다. 같은 신용 조건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요즘 3.7%대에 머물러 있다. 작년 10월 4.8%대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금리 수준이 크게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은행채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은행들의 예금금리와 고정형 주담대 금리 설정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된다.

은행채 금리의 전반적 하락은 시장금리의 하락세를 대변하고 있다. 나아가 시장금리의 하락은 한은 기준금리가 오름세를 멈추고 조만간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임을 예감하게 하는 현상이다.

통상적인 현상이 그렇다 할지라도 한은 기준금리가 실제로 하향세로 돌아설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금리의 하락세가 보다 뚜렷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요즘 들어 주담대 변동금리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코픽스가 하락세로 전환된 것도 그 같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모습을 보였다. 코픽스는 작년 1월 3.82%로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었으나 4월 3.44%까지 내려갔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코픽스는 8월 3.66%로 주춤하더니 11월에는 4.00%로 올라갔고 12월엔 다시 흐름을 꺾으며 3.84%로 내려앉았다.

코픽스의 하락은 은행들의 예금금리 하향 안정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 또한 은행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데 거기에 드는 비용이 전보다 감소된 것이 코픽스 하락에 일정 정도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최근 은행들의 예금금리 하락은 정부 당국이 고금리 수신경쟁을 억제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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