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이 수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을 주도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끄는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고금리 시대 막바지로 평가되는 시점이다. 그런 만큼 아파트 분양 물량 감소는 향후 주택 시장에 언제든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17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집계된 물량은 6만8633가구로 전년(8만7170가구)보다도 1만8537가구나 줄어들었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2020년 이후 하강 일로를 달려왔고 감소폭도 점차 가팔라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2020년 10만9306가구, 2021년 10만6872가구였던 연도별 분양 물량이 2022년 8만가구대, 지난해엔 6만가구대 등으로 급속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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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도권에서 분양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든 5만9850가구다. 이 같은 현상은 고금리 등으로 수요가 위축된 데다 원자재값 상승과 맞물려 공사비가 크게 인상된 것과 연관돼 있다.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자 시공을 마친 아파트 단지에서의 미분양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써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건설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 등의 악순환이 일어날 조짐까지 엿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좋은 곳에만 선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려 하고 있다.

올해엔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3만3870가구로 전년(15만9609가구)보다 2만 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감소 추세는 이후에도 지속돼 내년도 입주 물량은 11만2579가구로 더 줄어든다.

입주 물량 감소는 단기간 내에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수로 인식돼 있다.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이 아파트 전세 시장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분양과 입주 물량이 동시에 감소하는 현상을 근거 삼아 향후 아파트 전세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더 이어갈 것이란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의하면 올해 1월 둘쨋주 전국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25주째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서울의 상승폭은 전주보다 확대됐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전반적 공급 감소가 결국 전세가와 매매가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공급 감소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론을 업고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매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이 17일 발표한 ‘2023년 11월 전국 부동산 유형별 매매거래 특성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국에서의 부동산 거래량과 거래액은 모두 한 달 전보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별로 비교하면 작년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부동산플래닛 집계 결과 지난해 11월 전국의 부동산 매매 건수는 7만8905건이었고 거래금액은 22조2973억원이었다. 전월 대비로 각각 1.7%와 9% 감소했다.

11월 부동산 매매 건수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마나 심하게 위축돼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11월 기준 연도별 매매 건수는 2018년 11만176건, 2019년 16만7551건, 2020년 18만4326건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듬해인 2021년 12만4589건으로 진행 방향이 바뀌었고 2022년엔 6만7838건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매매 부진은 지난해 11월에 다소 회복됐으나 그 폭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거래절벽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전국 부동산 거래금액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11월 기준으로 2018년엔 거래금액이 24조3833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상승세를 타 2020년엔 58조5059억원을 찍었다. 그러나 다시 하락하는 양상으로 돌아선 뒤 지난해엔 거래금액이 22조2973억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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