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소비자들의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수준에 대한 전망치가 22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체로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하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음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한은이 이번 달 소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즉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0%였다. 이는 2022년 3월(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의 월별 기대인플레율은 2022년 7월 4.7%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조금씩 내려가는 추이를 보여왔다. 기대인플레율은 작년 2월 4.0%로 일시 상승한 이후 다시 3%대로 내려섰으나 하강 속도는 무척이나 더뎠다. 3%대 중반을 거쳐 초반으로 내려섰던 월별 기대인플레율은 지난해 10월엔 전달보다 오히려 0.1%포인트 오르며 3..4%를 나타낸 바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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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가 희박해지면서 기대인플레율은 그 다음 달인 11월까지 수평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에 이르러서야 다시 내림세를 나타내며 3.2%를 마크했고, 이번에는 다시 한 번 하락해 2%대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데 주로 기여한 것은 공공요금 동결 기대와 석유류 가격의 하락세였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정부가 올해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힘에 따라 물가 안정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대인플레율 하락이 석유류 가격 안정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를 함께 밝혔다. 먹거리 물가와 관련해서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지만 상승폭은 둔화됐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것은 공공요금(복수 선택 가능, 75.9%)이었다. 공공요금을 지목한 비중은 전달보다 3.1%포인트 감소했다. 공공요금 다음으로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난 품목은 농축수산물(34.5%), 개인서비스(26.1%) 등의 순이었다. 개인서비스 응답 비중은 전달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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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물가수준전망CSI(CSI=Consumer Sentiment Index,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보다 낮아졌다. 전달 146이던 것이 1월 조사에선 143을 기록했다. 물가수준전망CSI는 현재와 비교한 1년 뒤의 전망을 지칭한다. 이 수치가 100보다 크게 나오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 수가 반대로 답한 가구 수보다 많았음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작년 10월 151을 나타낸 이후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1년 뒤의 집값 전망을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C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해 92를 나타냈다. 결과값이 100보다 낮았다는 것은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구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가구보다 많았음을 뜻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102)까지 100을 웃돌다가 지난달에 93으로 크게 내려갔다.

주택가격전망CSI의 하락과 관련, 한국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고금리 장기화 조짐 등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은 이창용 총재는 고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영끌’을 통한 주택 매입을 자제해달라고 몇 차례 당부했었다. 주요 대상은 젊은 층이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전달의 107에서 99로 하락했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가 하락을 예상한 가구보다 적을 때 100 아래로 산출된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는 전월보다 1.9포인트 상승한 101.6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돈 것은 지난해 8월(103.3)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종합평가해 산출해낸 지표다.

한국은행의 월례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의 2500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번 달 조사 기간은 9~16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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