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지난해 한국경제가 정부와 한국은행이 설정한 목표치만큼만 성장했다. 정부와 한은은 나란히 연 1.4%를 최종 실질 성장 목표치로 제시했었다. 전분기와 비교한 4분기 실질 성장률은 0.6%로 집계됐다. 정부로서는 아쉬운 대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 지속 등으로 변동성이 유독 심했던 지난해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두고 엇갈린 전망들이 난무했었다. 한국경제에 대해 대체로 인색한 평가를 내려온 노무라증권의 경우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경제가 0.4%만큼 역성장을 할 것이란 최악의 전망을 내놓았었다. 노무라는 2022년 말경 우리 정부가 2023년 연간 성장률을 1.6%로 제시할 당시엔 ‘-1.3%’를 거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은 결과적으로 수출이었다. 수출 자체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순수출(수출-수입)이 그나마 정부 목표치 달성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질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작년의 연간 성장률에서 순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절반이 넘는 0.8%포인트였다. 만약 순수출이 제로베이스를 유지했더라면 작년의 연간 성장률은 0.6%에 그쳤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순수출과 함께 성장을 주도한 것은 설비투자였다.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도 각각 0.1%포인트의 성장 기여도를 나타냈다. 이들 항목들이 키워놓은 GDP를 갉아먹은 것은 건설투자였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7%포인트에 달했다.

작년도 성장목표 달성 여부는 3분기 집계가 끝난 직후까지도 불확실했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 집계치(0.6%)를 발표하면서 4분기 성장률이 최소 0.6%는 돼야 연간 목표치 달성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을 내놓았었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성장률은 그때 한은이 밝힌 하한선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분기별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급감으로 2022년 4분기(-0.3%)에 뒷걸음질 쳤다가 지난해 1분기(0.3%)에 반등했고, 2분기(0.6%), 3분기(0.6%), 4분기(0.6%)에 걸쳐 네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했다.

이로써 연간 1.4%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수치 자체를 놓고 보면 실망스러운 실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1.4% 성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해 힘든 한해가 됐던 2020년의 -0.7% 성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성장률 평균치나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히 큰 미국의 성장률 등과 비교하자면 실망감은 더욱 커진다. 유엔이 이달 초 ‘세계 경제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추정한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7%였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연 성장률이 세계 성장률 평균의 절반에 머물렀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10배를 훨씬 넘는 미국이 지난해에 2.5%의 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 점도 우리에겐 씁쓰레한 일이다. 유엔은 일본조차 지난해에 우리보다 높은 성장률(1.7%)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근년 들어 성장이 주춤해진 중국의 작년 성장률 추정치는 5.3%였다.

작년 4분기 성장 내용을 지출항목별로 살펴보자면 민간소비가 0.2%, 정부소비가 0.4%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반도체가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된 덕분에 2.6% 늘었고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0%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3.0% 늘어났다. 반면 건설투자는 4.2%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과 토목 경기가 모두 부진했던데 따른 결과다.

업종별 성장률에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압도적으로 높은 11.1%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1.1%, 서비스업은 0.6% 성장했다. 반면 농림어업과 건설업은 차례로 -6.1%와 -3.6%의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의 실질 국민총소득(GDI) 증가율은 실질 GDP 성장률(0.6%)에 못 미치는 0.4%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간 실질 GDI 증가율은 1.4%로 실질 GDP 성장률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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