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민의힘이 현행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고,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산형성저축(약칭 재형저축)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점포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50%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대상 점포는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다.

온누리상품권 연간 발행을 기존의 두 배인 10조원으로 늘리고, 취급 점포도 확대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 등을 통한 소상공인 보증·정책자금 지원도 배로 늘리기로 했다. 소진공의 정책자금은 3조7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지역신보의 보증공급액은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각각 목표금액을 늘린다.

이밖에 산재보험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고령 소상공인에 대한 구직급여 수급 기간을 30일 늘린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서민·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의 경우 목표 수준을 ‘말기잔액’에서 ‘평균잔액’으로 바꾸되 평균잔액 30% 이상의 목표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환대출시스템 서비스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고, 중도상환수수료는 필수 비용만 반영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다.

코로나19 창궐 기간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마련된 새출발기금은 전체 소상공인·자영업자 재기지원 기금으로 전환된다.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불법 채권추심 대부계약은 무효화하고, 소송이 진행될 경우 정부가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는 현행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라가고 서민형 비과세 한도는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재조정된다.

민생을 주제로 하는 이 같은 방안들은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재산형성 및 영업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에서 기획됐다.

국민의힘은 30일 이 같은 내용들이 담긴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에서도 특히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만한 것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조정과 재형저축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서민과 소상공인을 겨냥한 공약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방안은 중산층을 포함하는 다수 유권자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들이다.

예금자보호한도 조정은 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예금 가입자가 금융기관별로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한도액은 5000만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은행에 1억원을 예치해두었다고 할 경우 은행이 파산하면 5000만원 한도에서만 손실을 보상받는다. A씨가 C와 D은행에 각각 5000만원 이상을 동시에 예치두었다 할지라도 은행별로 각각 원리금을 포함해 5000만원까지만 돌려받을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에 명시된 이 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지금의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된 뒤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현행 한도가 경제규모 변화 추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낮은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발 뱅크런 사태가 벌어진 이후 국내에서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뱅크런 사태가 점차 진정되면서 관련 논쟁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날 공약에 포함된 내용 중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제 우리 뇌리에서 잊혀지다시피 한 재형저축 제도의 부활이다. 재형저축은 1976년에 처음 등장한 이후 월급쟁이를 포함하는 서민·중산층의 목돈 마련 수단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었다. 기간을 정해 두고 돈을 적립한 뒤 원리금을 함께 찾는 방식의 이 상품은 출범 당시 연 10%대의 고금리를 보장해주는데다 세금 혜택까지 부여됨으로써 이용자들의 재산 형성을 도와주었다. 대신 가입 자격에 ‘소득 얼마 이하’ 등의 제한이 붙어 있었다.

재형저축은 2013년 부활했으나 1970년대와 달리 이자가 비교적 낮았던 데다 오랫동안 돈을 부어가며 묶어두어야 한다는 단점 등으로 인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가입자들 대부분은 만기 도래 후 돈을 찾아 기타 금융상품으로 갈아탔고, 그 결과 재형저축 자체가 자연소멸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은 금융기관들도 재형저축 상품을 신규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에 가입 조건을 완화하고 기간도 중장기로 늘려 이용자의 선택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형저축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여당의 이번 공약 중에서도 예금자보호 한도 조정은 가장 핫한 사안으로서 찬반 논쟁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한도 상향 조정이 반드시 금융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반론은 지난해 미국에서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제기됐었다.

반론의 대략적 내용 중 첫째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늘리면 몇몇 대규모 시중은행들로 돈이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5000만원 한도를 의식해 현금을 분산 예치해 두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커진 한도만큼 대형은행들로 예치금을 옮기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예치금 지급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평소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 뱅크런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공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일정액까지는 고객에게 예치금을 되돌려줄 수 있도록 대비해두고 있는 셈이다. 이때 각 금융기관이 공사로부터 예금고객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최대 보험금이 현재 5000만원이다.

문제는 되돌려받는 보험금이 기관별로 1인당 1억이 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예보공사에 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고 그 비용이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지급한도 상향조정을 선뜻 단행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로 꼽혀왔다. 시행령 개정이야 정부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이 점이 실행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돼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여년의 세월 동안 우리 경제규모가 크게 성장했다는 점, 그 바람에 현행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한도 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상향폭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일만 남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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